사회 사회일반

[현대차정몽구재단 주최 '창의예술 교육연수' 가보니]"예술 통한 창의수업 노하우 배워요"

쓰레기통·종이컵 연주...몸으로 사물·공간 묘사...

드라마·소리·몸짓 교과목 체험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 학습

초·중등 교사 50명 열기 후끈

"주변 선생님한테도 알려야죠"

22~26일 강원도 춘천 상상마루 스테이에서 열리는 ‘제2회 창의예술교육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음악발달’ 수업에서 직접 그린 도형악보에 맞춰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22~26일 강원도 춘천 상상마루 스테이에서 열리는 ‘제2회 창의예술교육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음악발달’ 수업에서 직접 그린 도형악보에 맞춰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


5명의 교사가 하얀 전지를 사이에 두고 둘러앉았다. 손에 든 매직펜으로 기하학적 무늬를 그려 넣더니 각자 위치로 흩어져 악기를 잡는다. 그런데 이들의 악기가 심상치 않다. 한 명은 쓰레기통을 부여잡고 뚜껑을 여닫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양손에 쥔 종이컵 두 개를 부딪히고 비비며 마찰음을 낸다. 또 한 명은 벽에 달라붙어 손톱으로 벽을 긁고 쓰다듬기를 반복한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엄연히 직접 작곡한 악보에 따라 완성된 오케스트라다. 다만 악보가 도형으로 이뤄졌다는 점, 악기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이라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22일 강원도 춘천 일대를 하얗게 물들인 폭설에도 춘천 상상마루 나비홀에서 열린 ‘제2회 창의예술 교육연수’ 현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초·중등교사, 예술교사 등 50명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창의예술 교육연수’는 현대차(005380)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4박5일간 영국의 예술교육 전문기관 아티즈(Artis)의 예술인 출신 강사들과 함께 교육현장에 즉각 적용 가능한 창의 교육을 실습해보는 자리다.


첫날이지만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업 광경은 격렬했다. 2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교사들은 몸으로 사물과 공간, 장면을 표현해보는 ‘연극 발달’ 수업부터 소리의 질감과 리듬, 파동 등을 몸소 체험하고 이를 도형 악보로 만들어 보는 ‘음악 발달’ 도형악보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움직임 발달’ 수업까지 소화하며 시종일관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과목은 △드라마 △소리 △몸짓 등 세 가지로 연수 초기에는 개별 과목을 실습하는데 집중하다가 연수 후반에는 각 과목을 융합, 이야기를 만들고 몸짓과 소리로 장면을 구성하는 ‘영화 만들기’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22~26일 강원도 춘천 상상마루 스테이에서 열리는 ‘제2회 창의예술교육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첫 교시 ‘드라마 발달’ 과정에서 몸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22~26일 강원도 춘천 상상마루 스테이에서 열리는 ‘제2회 창의예술교육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첫 교시 ‘드라마 발달’ 과정에서 몸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


커리큘럼만 보면 이같은 예술 체험이 국어, 수학, 과학 등 각기 다른 교과목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나이젤 메이나드 아티즈 공동대표는 “아티스트는 재능의 불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라며 “예술을 접목한 창의 교육의 핵심은 비언어요소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아이들 스스로 배움의 주권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아티즈는 “예술을 통해 교육을 변화한다”는 비전으로 영국 런던, 맨체스터, 버밍엄 등의 지역에서 매주 5만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창의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킹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며 역학 에너지의 원리를 배우고 역사 속 인물의 생애를 연극으로 풀어보며 시대상을 이해하는 식이다. 특수학급 교사인 경기도 여주 천남초등학교 강동희 교사는 “예술교육의 힘은 단순히 미술이나 음악을 배우는 게 아니라 소통의 언어를 배우는 데 있다는 걸 느꼈다”며 “비언어 소통 방식을 집중적으로 배워 아이들의 몸짓을 더 잘 이해하는 게 이번 연수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경기도 안양 관악초등학교의 조경자 교사는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활용한 토론수업 교수법을 고민하던 중 이번 연수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돌아가면 그림책 스토리를 침묵의 동작으로 만들어내 몸의 언어로 토론하는 법을 실행해보고 주변 교사들에게도 전파해볼 계획”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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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6일 강원도 춘천 상상마루 스테이에서 열리는 ‘제2회 창의예술교육 연수’에서 영국의 창의예술교육 기업 ‘아티즈(Artis)’의 강사들이 비언어소통으로 아이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22~26일 강원도 춘천 상상마루 스테이에서 열리는 ‘제2회 창의예술교육 연수’에서 영국의 창의예술교육 기업 ‘아티즈(Artis)’의 강사들이 비언어소통으로 아이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미 첫해 참가자들은 각 학교와 지역에서 창의예술 교육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참가자인 분당초등학교 한경숙 수석 교사는 “1년간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창의예술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본교는 물론 타교, 타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과정을 개설해 창의예술교육을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연수 이후에는 멘토링 과정을 통해 실제 수업에 접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참가 교사들은 연수 말미에 작성한 목표대로 교수 계획을 세우고 학교로 돌아가 실습을 진행한다. 실습 수업을 비디오로 촬영해 아티즈에 보내면 아티즈 멘토들은 이를 평가하고 컨설팅해준다. 특히 우수 교사 20명에게는 재단에서 수업 기획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과 예술교육 멘토링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봉주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총장은 “자유학기제 확대 등으로 교육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걸맞은 창의성 진흥 교육의 필요성은 더 없이 중요해졌다”며 “지난해 첫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과 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정보기술 시대에 필요한 창의 인재를 만드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창의예술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 양성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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