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시중은행들 M&A시장서 대격돌]생보·손보사 인수놓고 연초부터 물밑싸움

자본부담 적은 자산운용·리스할부도 '눈독'



해외 시장 확대와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보강을 위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국내외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는 보험사와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핀테크 확산에 따른 글로벌 핀테크 업체에 대한 M&A 수요도 커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2~3년 내 M&A의 판도가 아시아 리딩뱅크 경쟁에서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은 연초부터 M&A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우선 일찌감치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강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신한금융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새 시장과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생길 때 M&A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또 사석에서도 “M&A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 우선 체력을 탄탄히 해놓겠다”고도 했다. 1위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올해 시작과 함께 M&A 포문을 연 것이다.


두 금융지주는 M&A를 위한 전열도 새롭게 정비했다. KB금융은 지난해 그룹 내 M&A 실무 담당자로 손꼽히는 이동철 KB금융지주 부사장과 허정수 국민은행 부행장을 국민카드 대표, KB생명보험 사장으로 내정했다. KB금융은 두 대표를 앞세워 현대증권·KB손보 인수를 이끌어내는 등 M&A 성공 경험도 갖췄다. 은행과 증권이 결합된 복합 점포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옛 현대증권을 인수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KB금융과 M&A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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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M&A 격전지는 보험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지주 내 비이자수익 비중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서도 보험사 M&A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잠재 매물로 ING생명과 메리츠화재 등이 거론된다. 유럽 식 자본규제인 IFRS17 도입이 2021년으로 다가오면서 대규모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데 대주주 여력이 없는 대형 보험사들이 2~3년 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명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ING생명은 금융지주들이 공통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증권·생명보험 등 주요 금융권 계열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퍼즐로 손해보험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자천타천으로 롯데손보를 잠재 매물로 거론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자산운용사나 리스할부사 등 M&A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 부담이 적은 자산운용사부터 품에 안으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복안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종합금융사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단계적인 M&A’를 언급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자산운용사나 리스할부사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단독후보로 추대되는 등 사실상 3연임이 결정되면서 그동안 늦춰온 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은 그룹 전체 수익구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금융지주들이 올해 들어 M&A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건 업계의 정설”이라며 “여유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금융지주가 차세대 리딩뱅크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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