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불평등의 위기를 넘어

김희원 국제부 차장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최근 종합발전지수(IDI)를 적용해 매긴 국가별 순위에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룩셈부르크·스위스·덴마크 등이 선진국다운 선진국 5위 안에 들었다고 발표했다. 두 금융 소국을 제외할 때 인구 900만명의 스위스가 전 세계 2위의 선진국이라는 분석 결과인 셈이다.

스위스의 높은 경쟁력은 한 나라의 경제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환율에서 잘 드러난다. 고액 자산가들이 수천만 명에 달해도 심각한 빈부격차로 낮은 환 가치를 적용받는 자원 신흥국들이 허다한 것처럼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모두가 잘살 때 그만큼 높아지며 진정한 선진국의 실체를 웅변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어느덧 10년. 하지만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 글로벌 대형 은행 중 하나인 UBS의 고향 스위스는 지난 위기의 파장에서 완연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 보인다. ‘청교도 국가’로 출발한 스위스에서 도덕적 가치 붕괴라는 실체에 격노한 10년 전 이 나라 국민들은 점차 빡빡해지는 살림살이에 보다 나은 미래를 놓고 각종 실험 및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스위스에서 지난 2016년 국민들은 기본소득 부여안을 거부했지만 복지 수위를 낮추는 연금개혁안은 지난해 부결시켰다. 현재 중앙은행의 자산을 상업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국민투표안을 놓고 자국 이익과 글로벌 공유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다.


실제로 꼭 10년 만에 다시 찾은 스위스는 저임금 일자리가 동유럽 출신 등에게 넘어가며 전에 찾기 어려웠던 ‘계층화’가 형성되는가 하면 그리 보편화하지 않았던 팁 문화가 늘어나고 도심 상점가에 손님이 부쩍 줄어드는 등 ‘위기로부터의 탈출’이 쉽지만은 않은 과제임을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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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 선진국이라는 스위스마저 이렇다면 금융위기의 다른 주범이자 각각 보호주의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자국 우선주의의 총아로 거듭난 미국과 영국의 행보는 어쩌면 미뤄 짐작할 만한 변화인 듯싶다.

현재 다보스 등 그라우뷘덴주 일대는 쏟아지는 폭설로 일주일 이상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적설량과 강풍으로 열차는 지연되거나 취소되기 일쑤다. 포럼 개최지인 다보스보다 숙소로 주로 사용되는 1~2시간 내외의 주변 일대 도시들이 심각해 산맥 밑을 터널로 통과하는 셔틀 트레인과 철도공사가 긴급 편성한 우회 버스를 각각 갈아타고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설 차량이 지나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압도적인 적설량 차이를 보고 나서야 완벽에 가까운 제설 및 위기대응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중간 어디에선가 고립됐을 ‘재난’을 통과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위기란 그런 것 같다. 모두 조금씩 살기 불편해지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비해야 극복도 돌파도 가능한 것이다. 다보스에서 미래 준비에 고민하는 기업인 및 글로벌 리더들은 물론 사회 양극화의 파장이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사회 모두와 나누고 싶은 교훈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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