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新남방정책, 금융이 이끈다①] 동남아 현지 진출기업 도와 경제영토 확장 선봉

하나·신한금융 등 아세안서

점포수 8년 만에 두배 급증

높은 핀테크 경쟁력 바탕

플랫폼 시장 우위 점할 듯



국내 금융회사들이 ‘넥스트 차이나’로 통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중관계 경색 등에 따라 아세안 등 동남아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현지 진출 기업의 돈줄이 되면서 경제영토 확장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세안 역내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의 점포 수는 지난 2009년 67곳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35곳으로 10년도 안 돼 2배로 급증했다.

단순히 국내 은행의 지점을 내는 수준이 아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공격적인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인도네시아 PT뱅크마눙갈을 인수한 후 100% 현지직원 채용 등으로 10년 만에 현지화에 성공해 토착은행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베트남 현지 카드 업계 4위인 ‘프루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 지분 100%를 1,614억원에 인수해 베트남 카드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중 캄보디아 현지 대출전문 업체를 인수해 현지 리테일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관(官)이 아닌 민간 주도의 금융판 ‘신(新)남방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 한한령 등의 여파로 동남아가 제조업 전진기지로 주목받으면서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만 4,000곳이 넘는다”며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은행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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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역동적인 아세안 시장은 금융회사에 매력적이다. 아세안은 중위연령 28세, 인구 6억3,000만명의 젊은 시장이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5%에 달해 성장한계에 처한 금융회사들이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 핵심전략으로 이들 국가와 경제·외교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신남방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금융권 진출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높은 핀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현지 맞춤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출시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의 수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 정부와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997년 IMF 위기 때 국책은행들이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철수해 아직도 태국은 국내 은행에 문호를 잘 개방하지 않고 있다”며 “현지 시장에서 ‘한국 은행은 뭔가 다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별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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