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인터뷰] '영민한' 조정석, '투깝스' 이어 '아마데우스' 선택한 이유

천생 배우다. ‘투깝스’ 촬영 동안 무척 힘들었는데도 ‘아마데우스’ 연습에 들어가니 다시 힘이 났단다. 본래 배우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가 있다. 조정석은 그 안에서도 영민한 선택을 추구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문화창고/사진=문화창고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조정석과 만나 MBC ‘투깝스’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투깝스’는 뺀질한 사기꾼 영혼이 빙의된 정의감 있는 강력계 형사와 까칠 발칙한 기자의 공조수사 및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조정석은 형사 차동탁과 그의 몸에 빙의된 사기꾼 공수창을 모두 소화했다.


먼저 조정석은 1인 2역으로서 작품을 이끌었던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2역을 연기하는 힘듦보다는 어마어마한 분량 자체에서 오는 힘듦이 컸다. 3개월 동안 3~4시간 자면서 촬영을 했으니 체력이 바닥날 만도 했다. 분량이 많으니 대사도 많았고, 이동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내내 연습을 했다고.

“드라마는 시청자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배우로서 준비할 시간이 너무 없다는 단점도 있다. 당시에는 연기를 잘한다 생각해도 나중에 보면 아쉽다. 물론 어떤 연기든 다 아쉽겠지만 영화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편이고, 연극과 뮤지컬은 준비하는 기간이 확실하니까 더 낫다. 이번에도 그랬다.”

‘투깝스’ 촬영을 하며 링거를 2번이나 맞았고, 공진단을 20일 연속 먹을 뻔한 에피소드도 있다. 그만큼 힘들었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촬영을 하면서 안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다크서클도 내려오고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스스로 느껴졌다고. 참 신기한 일이다. 연극 연습실을 가니 금세 혈색이 돌았다.

조정석은 ‘투깝스’ 차기작으로 ‘아마데우스’를 선택했다. ‘아마데우스’는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조정석은 천재성을 가진 모차르트를 연기한다. 공식적으로는 7년 만의 연극 복귀다. 그러나 조정석은 “연극과 뮤지컬을 굳이 나누고 싶지 않다. 재작년에도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했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문화창고/사진=문화창고


“‘투깝스’가 끝나면서 연극을 선택했다고 아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투깝스’와 ‘아마데우스’는 비슷한 시기에 논의됐다. 작년 상반기부터 이미 얘기는 오고 갔다. 너무 좋은 작품이라 꼭 하고 싶었다. 대관이나 캐스팅 등 다른 문제로 확정이 늦게 난 거다.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계속 넘나들고 싶다.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 말에서 꾸준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비춰 진다. 이미 탄탄한 내공을 쌓았고 인지도도 높은 배우가 됐지만 그렇기에 다음 작품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해진다고. 조정석은 이에 대해 “영민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중이 조정석에게 원하는 것과 조정석 스스로가 원하는 것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관련기사



“역할이 너무 좋은데 작품이 재미없으면 못 한다. 만약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역할이 마음에 안 든다면 할 수 있다. 팬도 많아지고 연령대나 성향이 다양해지다 보니 행보에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과 대중이 원하는 역할 사이의 갭을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대중이 바라는 역할만 한다면 조정석은 소모된다. 그렇지 않기 위해 어느 타이밍에는 확실한 변신도 필요하다.”

그런 시점에서 ‘아마데우스’는 잘한 선택일까. 조정석은 “그렇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마데우스’라는 작품 자체에 확신이 있기 때문. 중학교 1학년 때, ‘드래곤 볼’이나 ‘슬램덩크’같은 만화영화에 빠져있던 자신에게 ‘아마데우스’는 충분한 재미를 줬다고. 그렇다면 분명히 경쟁력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단다.

“‘아마데우스’가 2018년의 마지막 작품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얘기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먼저 찍어놓은 영화도 ‘마약왕’이 올해 개봉한다. 30대라서 결심을 한 것은 아닌데 올해 조금 더 변신하고 싶다. 연기적인 모험이나 도전이 눈에 띄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큰 해다.”

/사진=문화창고/사진=문화창고


그러면서 조정석은 “장르에 국한된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조정석을 보는 눈이 다 다를 텐데, 그런 것의 교집합을 벗어나는 것도 해보고 싶다는 것. 이게 바로 그가 말한 영민한 변신일 터. “구구절절하고 뜨겁고 가슴을 후벼 파는 애절한 멜로나 피 튀고 무지막지한 스릴러도 해보고 싶다.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로 39세. 어느덧 30대를 마무리할 시기가 됐다. 20대부터 연기를 한 그는 30대 역시 내내 연기로 채웠는데, 스스로 내린 평가는 어떨까. 조정석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더해 “마치 보일러를 빵빵하게 튼 것처럼 훈훈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40대에 대해서는 “아직 감이 안 온다. 그냥 건강을 지키자 정도”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에게 ‘배우 조정석’의 목표와 ‘인간 조정석’의 목표를 따로 묻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은 연기가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배우 조정석이 곧 인간 조정석이기 때문. 그는 재정적인 부분도 거리낌 없이 언급할 정도로 솔직했다. 연기를 진정한 직업으로 삼고, 이 길만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올 수 있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연기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졌으니 그로 인해 삶이 좌지우지된다. 삶이 윤택하려면 재정적인 마련이 돼야 하지 않겠나. 작품을 하다 텀을 두는 게 득일지 실일지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여행도 제대로 갔다 온 적이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야만 했기 때문에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쉬는 것도 득이 될 때가 돼야 개인적인 삶의 목표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