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1980년에 제정된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공정위 안팎의 전문가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개정법에는 새로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규제할 수단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네이버 같은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진출하고 있다. 실물경제 중심으로 재벌의 과도한 세 확장을 막고자 만들어진 현행법 당시와는 환경이 다르다. 플랫폼과 빅데이터 독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해졌다.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뿐 아니라 표시광고법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누구나 허위광고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증권 관련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제는 담합 분야와 제조물 책임, 허위표시광고 등 소비자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사회적 공분을 샀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생리대 유해물질 문제,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도 집단소송 대상이 되는 셈이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가해 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따로 소송할 필요 없이 해당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는 제도다. 소비자 권리는 대폭 강화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악의적으로 돈을 타내려 소송을 남발하는 블랙 컨슈머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부추기는 로펌까지 들고 일어나 기업이 송사에 휘말리느라 제대로 일을 못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벌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한다.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본 당사자는 물론 실행에 가담한 이까지 모두 형사고발한다는 원칙으로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 친족 분리 기업의 사익편취가 적발될 경우 분리를 취소하고 기업집단의 브랜드 수수료 수취 상세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대기업 동일인(총수) 지정 제도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현 제도상 기존 동일인이 사망해야만 동일인 변경이 가능하게 돼 있어 경영이 사실상 어려워도 총수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는 현실에 맞지 않는 동일인 지정 체계를 다시 검토하고 이르면 5월 개선사항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제의 중심에 섰던 삼성과 롯데그룹의 총수가 바뀔지 여부도 관심사다.
청소년 거래 비중이 높은 ‘아이돌 굿즈(상품)’ ‘별풍선’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1인 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거래시장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반품이나 구매 철회 불가, 사기·허위 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실효적인 구제수단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철호 부위원장은 “주요 정책이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관행과 거래조건을 변화시켜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많은 국민이 체감하는 데 초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진혁·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