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태워 그리는 한지화가 김민정, 英 화이트큐브 개인전 열려

영국 대표하는 세계적 화랑 화이트큐브서 26일 개막

박서보 이어 한국화가 두번째...3월10일까지

한지를 향과 촛불로 태워 동양적 사상 표현

한지를 불로 태워 작업하는 현대미술가 김민정. /사진제공=갤러리현대한지를 불로 태워 작업하는 현대미술가 김민정.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어릴 적 아버지가 인쇄소를 경영하셨고 홍익대 동양화과 재학시절까지 늘 종이는 ‘내 피부’처럼 편한 재료였습니다. 강력한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불로 인간이 만들어낸 종이를 조심스럽게 태워가면서 둘의 아름다운 조화를 꾀했더니 동서양 막론하고 그 깊은 뜻을 알아봐주더군요.”

28일 유럽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국 미술가 김민정(56·사진)이 세계 최정상급 화랑인 영국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것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며 런던 외에 홍콩·상파울루에서 분관을 운영하는 화이트큐브는 데미안 허스트, 안토니 곰리 등 소개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랑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이 화이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기는 지난 2015년 박서보가 처음이었고, 김민정은 두 번째다. ‘과정의 기억(The Memory of Process)’라는 제목으로 26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한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10일까지 계속된다.


김 작가는 한지를 재료로 향이나 촛불로 그 가장자리를 태우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태워버린 한지를 포개고 겹치는 방식으로 ‘비움과 채움’을 교차하며 동양적 사상인 선(禪·Zen)과 도(道·Tao)를 구현하는 탁월한 작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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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는 김민정을 “전통 한국화와 서예를 익혔으며 단색화(한국의 모노크롬 회화) 작가 중 몇 안되는 여성 화가로 꼽힌다”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을 오가며 작업하면서도 한국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한지라는 소재에 천착해 온 돋보이는 작가”로 소개했다. 동시에 한지가 창호지와 도배 등 주거에 사용되고 옷과 신발 제작 등에 쓰이며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질기고 단단한 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문화를 함께 설명했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기에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OCI미술관 전시가 26년 만의 귀국보고전 성격이었고, 지난해 현대화랑에서 첫 국내 상업화랑 개인전이 열렸다.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화랑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민정의 개인전 ‘과정의 기억’ 전경. /사진출처=화이트큐브 홈페이지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화랑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민정의 개인전 ‘과정의 기억’ 전경. /사진출처=화이트큐브 홈페이지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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