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 등을 받는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하루 앞두고 건강상 이유로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검찰은 급작스런 출석 연기 요청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정대로 나와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이 회장 측이 내일 오전 (예정된) 소환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그러나) 검찰은 지난 24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환한 것이며 연기요청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아 예정대로 출석하라 통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이 회장 측에 29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피의자로 출석하라고 24일 통보했다.
검찰은 최근 이 회장이 부인 명의 유령회사를 통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묻는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계열회사에 서류상 임원으로 등재한 이 회장 매제에게 상여금과 퇴직금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이 흘러들어 간 정황도 포착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앞서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혐의를 비롯해 위장 계열회사 일감 몰아주기, 주택사업 관련 불법행위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이 부영그룹 수사에 착수하게 된 건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은 2015년 12월부터 부영그룹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이 회장과 부영주택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공정위도 이 회장이 친족 회사 7곳을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누락해 신고했다며 지난해 6월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부영 탈세·횡령 사건을 2016년 4월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조세조사부로 재배당했지만 수사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달 9일 서울시 중구 부영 사옥을 비롯한 부영주택 등 계열회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부영은 사건 배당 등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자 채동욱(사법연수원 18기) 전 검찰총장과 강찬우(18기) 전 수원지검장, 오광수(18기) 변호사 등 ‘특수통’ 출신 거물급 변호사들로 막강 수비진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