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경유 수입이 4개월 만에 재개됐다. 올해 초 중국 대형 정유회사들의 원유 수출 할당량이 증가한 데다 국내 수입도 다시 시작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만3,160배럴, 102만달러어치의 중국산 경유가 국내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3만2,000배럴 수입을 끝으로 중국산 경유 수입은 한 건도 없었지만 4개월여 만에 다시 수입이 재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경유는 총 7만8,000배럴, 512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수입 물량은 많지 않아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한동안 중단됐다 다시 수입이 시작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중국 경유 수입이 본격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애초 중국산 경유 수입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경유의 황 함유량 기준을 기존 1㎏당 50ppm에서 국내산 경유와 같은 10ppm으로 강화하면서 국내 수출에 대한 장벽이 걷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은 양이지만 경유 수입이 다시 재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산 경유가 대거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경우 현재 정유 4개사 중심의 석유 시장이 급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중국의 메이저 정유회사의 수출 할당량을 확대하면서 ‘중국산 경유의 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려했던 중국산 경유 수입이 크게 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중국 정유사들의 수출 쿼터가 전년(2016년)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초 중국 정부는 1차 석유 제품 수출 쿼터를 1,240만톤으로 2016년(2,140만톤)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가까운 1,624만톤으로 늘려 잡았다. 신규 정제설비가 대거 가동되면서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유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수입이 늘어날 경우 국내 정유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휘발유보다 경유가 많이 남는 중국 특성상 재고 소진을 위해 아주 싼 가격에 수출을 늘릴 경우 국내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국내에 직접 수입되지 않더라도 수출 쿼터가 늘어난 만큼 중국 정유사들이 생산을 늘리게 될 경우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같은 황 함유량 기준이라도 품질은 국내 정유사 제품이 월등하다”며 “하지만 중국산 경유 수입이 늘어나면 국내 정유사에는 악재인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