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新남방정책 금융이 이끈다④] 우리銀, 해외지점 80%가 동남아에...'리딩뱅크' 영토 넓힌다

'국제통' 손태승 행장 글로벌부문장 때부터 진두지휘

2014년 인니 소다라銀 인수 등 국내銀 첫 현지법인화

"동남아에 먹을 거리 무궁무진" 핵심거점 전략 이어가

우리은행이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우리소다라뱅크’ 현지 지점에서 창구 직원이 손님을 맞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우리은행이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우리소다라뱅크’ 현지 지점에서 창구 직원이 손님을 맞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동남아 현지법인화 전략을 가장 먼저 구사한 은행이다. 다른 은행들이 동남아 국가에 지점을 확대할 때 우리은행은 정공법으로 현지 은행을 인수해 지점 수를 늘리는 방법을 쓴 것이다. 지난 2016년 필리핀 저축은행인 웰스뱅크를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우리은행은 당시 웰스뱅크를 인수하면서 현지 유통회사인 빅살(Vicsal)을 끌어들였다. 유통회사의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편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에서 지점을 신청하고 설립까지 최소 1년 넘게 시간이 걸린다”며 “현지 은행을 직접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의 전환을 진두지휘한 것이 당시 글로벌그룹장을 지낸 손태승 행장이다.


기업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은행은 당시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선진국 위주의 해외지점 확대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선진국 지점에서는 현지 기업이 아닌 현지의 한국 기업이나 교민들이 주고객이라 경쟁만 치열하고 사업확장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손 행장은 당시 글로벌 그룹을 총괄한 2015년부터 과감하게 동남아 국가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손 행장은 취임 이후에도 글로벌부문장 자리를 비워놓았다. 후임을 뽑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당국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손 행장이 동남아 진출 확대를 위해 현지 은행 인수합병(M&A) 등을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행장은 글로벌부문을 3년간 맡으며 동남아 현지 당국자들과 폭넓은 인맥을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손 행장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집중해오면서 우리은행의 해외지점 301개 중 239개가 동남아 지역에 있을 정도가 됐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미얀마는 동남아 지역의 횡축에 자리한 국가들로 우리은행 글로벌 전략의 핵심 거점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은행은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소다라 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캄보디아 여신전문금융사인 ‘말리스’를 인수하고 이어 2015년에는 미얀마에 여신전문금융사를 신설했다. 2016년에는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 인수와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 등 굵직굵직한 투자를 이어갔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이 성장한계를 맞은 가운데 유일한 신성장동력은 동남아 등 해외가 될 수밖에 없다”며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 먹을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자금 여력이 되는 대로 계속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새해에는 조직재편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글로벌전략부 내부에 ‘글로벌디지털추진팀’을 별도로 신설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전략 수립과 글로벌 금융 플랫폼 추진 업무를 전담케 했다. 네이버가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을 통해 동남아 영토를 확대한 것처럼 우리은행도 플랫폼을 선점해야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글로벌 전략에 강한 손 행장은 “해외 네트워크는 그동안 확장도 많이 했고 이익도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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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이들 거점국가에서 ‘유기적 성장전략(Organic Growth Strategy)’을 추진할 방침이다. 해당 국가 내 지점을 지속적으로 신설해 대면거래를 강화하는 한편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대출, 할부금융, 신용카드 등을 현지화해 현지의 리딩 금융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동남아 자산운용사와 할부금융사도 M&A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단순히 은행업뿐 아니라 해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 경제·문화교류를 확대해 한반도와 동남아를 잇는 ‘번영의 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졌는데 우리은행의 현지 진출은 신남방 정책의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국가별로도 진출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는 현지 금융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저축은행 투자를 통한 사업다각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설립한 우리웰스뱅크가 이 같은 사례다. 당시 우리은행은 현지 저축은행인 웰스뱅크를 인수하면서 현지 대형 유통회사 빅살을 합작회사로 만들었다. 지분은 각각 51대49로 나눴다. 빅살의 100만 회원을 단숨에 우리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우리은행은 빅살그룹과 함께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하며 오는 2020년까지 13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 리테일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2016년 10월 현지법인 신설 승인을 얻어 지난해 1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기존 하노이와 호찌민지점 운영을 기반으로 현지법인을 매년 5~7개씩 더 설립해 선두권 외국계 은행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삼성·LG·포스코 등 다수의 기업을 주거래은행으로 확보해 기업금융 경쟁력이 다른 은행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베트남은 또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통합한 ‘글로벌 위비뱅크 플랫폼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핀테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위비뱅크 플랫폼은 우리은행의 중장기적 글로벌 진출전략에 맞춰 지역별 특성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공통 플랫폼’ 방식으로 구축돼 있다. 공통 플랫폼은 ‘위비뱅크’ ‘위비상담’ ‘한류콘텐츠’ 등이다.

활발한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2년부터 직원들을 현지로 보내 게스트하우스 등에 머물게 하면서 풍습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해외 점포 신설 시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전문인력 제도를 시행해왔다. 올해는 스리랑카·방글라데시·필리핀·인도·캄보디아·베트남 등 기존 진출지역과 신규 진출 예상 지역에 글로벌 전문인력 약 20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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