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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과 유방암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기존에 알려진 상식 대부분을 확증한 최신 연구

최근 호르몬 피임약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자극적인 기사가 많이 나온다. 혹자는 38%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혹자는 이것이 실체가 없는 위협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미국 여성 중 1/4이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큰 공공 보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면 유방암의 위험이 아주 약간 높아지기는 하지만, 다른 유형의 암 발생은 억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방암 발병률을 좌우하는 큰 요소는 피임약이 아니라 생활 습관이다. 많은 여성들에게 호르몬 피임약은 타당한 선택이다.





진실을 밝혀라


이러한 발견 중 새로운 것은 하나뿐이며, 그나마 놀랍지도 않다.

피임약이 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대개 피임약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대 부터 피임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암 발병 확률 변화를 알아내려면 수십 년이나 되는 긴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자궁내 장치(Intrauterine devices, 이하 IUD)와 호르몬 이식장치 등은 피임약이 이미 널리 쓰이던 수십 년 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이하 NEJM)> 지에 게재된 이번의 새로운 연구는 비경구형 피임 도구 및 경구형 피임약의 호르몬이 암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조사했다.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특히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IUD를 장기간 높은 효과가 지속되는 피임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미국 암 학회의 유방 및 부인암 연구 전략 본부장인 미아 고데트는 호르몬 용량이 낮은 현대 경구 피임약은 유방암 발병률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이번의 NEJM 지 연구에서는 밝히지 못한 것이다. 또한 고데트는 이번의 연구 결과가 기존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유방암 연구 재단의 과학 부장인 래리 노튼은 “저용량 혼합형 경구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전반적인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 노출량을 높이는 데는 고용량 피임약이 굳이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오랫동안 복용했기 때문이다. 저용량 이라도 수십 년 동안 매일 피임약을 복용한 사람은,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에 그만큼 오래 노출되었고, 그만큼 유방암 발병 위험도 크다. 초경이 일찍(특히 12세 이전) 시작되었고, 폐경이 늦을수록 유방암 위험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월경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몸에서 만들어낸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의약품은 유방암 위험성도 높일 수 있다.

때문에 노튼은 다른 호르몬 피임약들도 유방암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예전에는 이식장치와 IUD가 혈류 속에 호르몬을 방출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노튼은 그래도 별로 상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제품들도 호르몬 노출량을 높이므로 유방암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발견내용으로 인해 의사의 처방은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 UPMC 힐먼 암 센터의 연구자 레이첼 잰코비츠는 “과거 나는 프로게스테론 IUD는 효과가 국소적이라 유방암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일부 프로게스테론이 혈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유방암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제 환자들과 피임법에 대해 얘기할 때 쓰는 말도 바뀌게 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새로운 성분의 피임약도 처음으로 실험했다. 그러나 새로운 피임약들도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위험의 증가량은 작지만 보호 효과는 확실

NEJM 지의 연구에 따르면 피임약을 먹지 않은 환자 10만 명 당 연간 유방암 발병률은 55명인데 비해, 피임약을 먹은 환자는 이보다 13명이 더 많은 68명이라고 한다.

이런 인구 통계는 뭐라고 쉽게 단정 짓기 애매하다. 1년에 13명은 매년 암 진단을 받는 수천 명에 비하면 정말 작은 수다. 그러나 이 13명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모두가 이 13명이 되지 않을까 하며 걱정하고 있다. 즉, 통계는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인구 전체로 볼 때 암 발병 위험을 20% 정도 올려준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인의 위험률 변화는 말할 수 없다. 즉, 특정인의 유방암 발병률이 20% 늘어난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방암 외에 다른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피임약은 생리통 등 생리에 따르는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다. 그 외에도 난소암, 자궁내막암, 결장암 등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이 고데트의 설명이다.

의학적 결정은 환자 개인의 사정에 맞추어 내려야 한다. 피임약의 장단점을 따져 본 후 어느 것을 더 중시할 것인지 환자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자 검사 결과 발암 확률이 높은 사람의 경우 약간의 발암률 증가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피임약이 자궁내막암, 난소암 발병 위험을 낮춰준다는 사실에 안도할 것이다. 즉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할지 안할지는 환자 본인이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접해야 한다.


잰코비츠는 연령과 피임약을 복용할 기간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이미 유방암 발암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더 키우는 선택은 피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반면 나이가 젊고 유방암 발병 위험성이 매우 적은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균적인 20~30대 여성이라면 발암 위험성의 미세한 증가보다는 피임 효과를 더 신경 쓸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은 좋지 않다”고 잰코비츠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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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발암 위험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생활습관 요인

유방암 발병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중에는 환자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가장 영향력이 큰 두 가지 요인은 환자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 바로 음주와 비만이다.

비만이 발암 위험성을 높이는 원리는 피임약과 똑같다. 비만해지면 호르몬 노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방세포는 폐경 후에도 에스트로겐을 생산한다. 따라서 지방세포가 많으면 더 많은 에스트로겐이 생산된다. 비만보다도 덜 활동적인 생활이 발암 위험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알콜이 유방암 발병률을 얼마나 높이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실수록 위험성도 늘어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유방암 뿐 아니라 다른 암의 발병률도 높아진다. 하루에 2~3회 음주하는 사람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일부 연구자들은 최근 젊은 층의 결장암 발병이 늘어난 원인을 알콜 소비 증가에서 찾고 있다.

NEJM 지의 연구는 신체적 활동이나 알콜 소비량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연구자들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변수를 계산에 넣는다고 해서 피임약 사용 시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연구보다는 덜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미레나처럼 프로게스테론을 방출하는 IUD가 혈류 속에 호르몬을 방출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과거에는 미레나처럼 프로게스테론을 방출하는 IUD가 혈류 속에 호르몬을 방출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는 큰 의미 없다

사람들이 피임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피임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여드름을 치료하거나 PMS 증후군을 억제하려고 먹는 사람도 있다. 생리 주기를 조절하려고 먹는 사람도 있다.

이 중 일부, 또는 모두가 호르몬 제제에 의존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특히 오래 사용해도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지 않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면 더 그렇다. 그 선택지란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구리 IUD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월경 기간을 늘리고 심한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기 시작할 때 구리 IUD를 없애는 것이다. 또한 월경 주기와 빈도, 그에 따르는 감정적 부작용을 제어하는 것은 매우 요긴하다. 한 달에 며칠씩 피를 흘린다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불편한 일이다. 따라서 언제 월경이 시작될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야말로 피임약의 큰 매력적 요소다. 그리고 출산으로 인해 오그라든 자궁 경관은 IUD 삽입 시 통증을 늘리고, IUD가 쉽게 빠져나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에게는 IUD가 설치만 해 놓으면 신경 쓸 필요 없는 기적의 피임 도구일 수 있겠지만, IUD가 매우 불편한 환자들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호르몬과 상관 없는 구리 IUD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걸 쓰면 된다.

호르몬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가족계획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앱은 배란기를 피해 성관계를 해도 안전한 시기를 알려준다. 이런 방식이 효과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피임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콘돔보다는 훨씬 낫다(물론 콘돔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사용자의 배란기를 확실히 알려주는 앱은 없다. 그리고 임신을 피한다고 해도 간신히 하루 차이일 뿐이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임신은 그 자체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피임법이 필요하며, 환자들은 발암률의 소폭 증가를 감수하고서도 피임을 할 가치가 있다고 한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는 또한 경구용 피임약, 패치, 링, IUD, 이식 등을 통한 피임 요법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방식임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복용하는 피임약 정보를 모르고 있다

아마도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연구 결과의 신선함이나 살펴 본 새로운 정보의 단편 같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보다는 의사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알고 있었던 정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일 것이다. 약 1000만명의 사람들이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서 피임약을 선택해야 한다. 높은 발암률을 감당하라고 환자들을 설득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환자들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I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던 사람이라면,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발암률 상승폭은 크지않다. 그리고 활발히 신체 활동을 하고 음주를 조절하면 발암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도 걱정스럽다면 결정을 내리기 전 꼭 전문가와 상의하라. 산부인과 의사는 피임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알려주고, 거기에 대한 환자의 느낌을 들어야 한다.

의사가 바라는 대로 잘 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의사를 찾아가 봐야 한다. 물론 그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특히 보험혜택을 적게 받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나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호르몬 피임약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라면, 발암률 상승폭이 0은 아니지만, 매우 적다는 점을 명심하라. 건강하던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발암률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헬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 체중을 유지하고, 폭음을 하지 않으면 피임약이 주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Sara Chodosh

Sara Chod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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