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30분과 3시 30분. 한 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주식 투자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투자자들은 한 시간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 폐장 전 1시간은 개장 직후와 함께 주가 급등락이 자주 발생한다. 투자자들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게 된다.
국내 자본시장 관리자인 한국거래소가 한 시간의 중요성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9일 셀트리온(068270)이 코스피200 지수 3월 편입이 유력하다는 사실을 2시 30분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로 발표했다.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급등했고 직전 이틀 동안 일일 상승률이 1%도 안 되던 종목이 1시간 만에 종가 기준 전일보다 9.43%나 올랐다.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 편입되면 인덱스 추종 자금 유입 기대감에 급등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장 관리자인 거래소가 나서서 셀트리온의 주가를 올려준 모양새가 돼버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본부가 ‘거래소가 하면 안 되는 일’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유가본부의 일 처리가 미숙했다”며 “거래소 때문에 특정 종목의 주가가 휘청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폐장 시간인 3시 반 이후에 엠바고를 설정해 발표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시간을 2시 30분 설정해 시장의 혼란을 키운 셈이다. 실제 거래소는 30일 KRX300 지수 종목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배포를 폐장 이후에 해서 시장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거래소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2시 30분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들은 기자들이 엠바고 발표 전 장중에 셀트리온 주식을 샀다면 약 10%의 차익을 쉽게 얻었을 것”이라며 “거래소가 내부 정보를 무방비로 알려준 꼴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기레기’라는 말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또 한 번 기자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역시 거래소가 3시 30분 이후로 발표를 미뤘다면 별문제가 안됐을 일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거래소의 발표 방식은 30일 KRX300 지수 종목에 관해서는 맞았지만 29일 셀트리온 관련 사실을 알렸을 때는 틀렸다. 거래소는 셀트리온의 코스피200 지수 조기 편입 근거로 ‘시장의 자율성’을 들었다. 거래소가 정말로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한다면 잘못된 엠바고 시간부터 조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