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덤덤한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TV·가전 시장 전망을 대부분 보수적으로 내놓으며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시설투자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이기로 했다.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도 최대 실적 달성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특별한 코멘트는 없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둘러싼 내부적인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실적 달성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 사업이다.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매출 108조원, 영업이익 35조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32%에 이른다. 주력인 D램 사업의 이익률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D램 하나를 100원에 팔아 50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호조의 절정은 4·4분기였다. 4·4분기에만 10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임직원들에게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부품 사업에 비우호적인 원화 강세 흐름을 보였음에도 달성한 기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용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와 전장·인공지능(AI)용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올해도 견조한 메모리반도체 시장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TV·가전·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에서는 위기감이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최대인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IT·모바일(IM) 부문은 “지난해보다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한편 경쟁 심화와 재료비 부담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9% 감소한 1조6,500억원에 머물렀다. 조성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상무는 “올 1·4분기 북미 등 선진 시장의 역성장에 따라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2만1,500원, 우선주 2만1,550원의 기말 배당도 결의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해 4조8,000억원가량을 배당할 계획이었지만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배당하기로 한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총 5조8,000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50%를 꽉 채운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배당은 매년 9조6,000억원 수준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