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대통령 골프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의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골프광으로 유명한 미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인연이 깊다. 그가 대통령 당선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간 곳이 바로 오거스타였으며 8년의 재임기간 중 무려 211번이나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오거스타 17번 홀에 그의 애칭을 딴 ‘아이크의 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런 인연에서다.

골프는 역대 미 대통령들의 대표적인 취미다. 그래서 골프를 둘러싼 일화도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라운딩 도중 스스로 멀리건을 남발한 탓에 ‘빌리건’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중동전쟁 발발의 긴박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 구설에 올랐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소식을 들은 것도 골프장에서였고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한 직후 달려간 곳 역시 골프장이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9·11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릴 당시 그는 골프장에서 7번 아이언을 들고 있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뒷이야기가 회자된다. 라운딩 도중 헛스윙으로 엉덩방아를 찧은 후 골프를 끊었지만 정작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3당 대표 간 골프 라운딩 도중 이뤄진 합당 합의였으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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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골프를 두고 말이 많다. 수시로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를 오가며 골프를 치곤 했던 그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리는 ‘킹 목사의 날’ 추도행사마저 불참하고 골프장으로 달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노르웨이 출신 LPGA 선수인 수잔 페테르센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골프를 칠 때 “엄청나게 부정행위를 한다”고 밝히면서 그의 골프매너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페테르센은 심지어 숲으로 날아간 트럼프의 볼이 멀쩡히 페어웨이 한가운데 놓여 있을 때도 많았다고 인터뷰에서 전했다. 그의 골프매너 소식을 들으니 문득 영화 ‘킹스맨’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th man).”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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