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등 대기업 금융계열사는 앞으로 그룹 계열사 투자 지분에 대한 동반부실위험을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삼성 등 기업집단들은 대표 금융 계열사를 선정해 그룹 내부의 자금흐름을 공시해야 하고 비(非)금융계열사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추가 출자도 제한된다. 대기업그룹의 동반부실위험을 평가하는 모델도 연내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삼성·현대차 등 5개 대기업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을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한다고 31일 밝혔다.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이고 2개 이상 금융회사가 포함된 기업집단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삼성·현대차·롯데·한화·미래에셋·교보생명·DB(동부그룹) 등 7개 그룹이 해당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핵심은 한 기업집단 내에서 계열사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감독 대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기업집단의 경영 위기가 소속 금융계열사의 동반부실을 초래했던 사례가 많았다”며 “금융그룹의 고유 위험이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체계적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올해 안에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위험 평가 모델을 만들어 그룹 내에서 부실이 서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기로 했다. 그룹 내부의 △계열사 간 신용공여 및 주식취득 △내부거래 △지배구조 △평판리스크 등 4대 요인을 종합적으로 따져 부실 위험을 선제 차단할 계획이다.
금융·비금융 계열사 간 방화벽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비금융 간 임원 겸직을 제한하고 비금융계열사의 임원이 금융 부문으로 이동할 때 숙려기간을 둬야 한다. 금융사 CEO 후보 추천위원회나 승계프로그램도 내실화해야 한다.
이 같은 위험 평가를 통해 금융회사가 취약업종 계열사 주식을 많이 갖고 있거나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금융회사들이 내부에 자본금을 더 쌓도록 한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대표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삼성중공업·삼성화재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그룹의 부담이 가장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통합감독 제도가 옥상옥(屋上屋)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업권별로 충분한 수준의 자본확충 규제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규제를 하나 덧씌워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나 평판리스크는 결국 정성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장차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자본 확충 폭탄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사 CEO들은 이밖에 공정위가 이미 기업집단 규제 업무를 맡고 있는데 여기에 금융위 ‘시어머니’가 더해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위는 연내 연구용역 및 시장 의견 등을 청취하는 작업을 거쳐 위험평가모델을 만들어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통합감독의 근거가 되는 통합감독법은 올해 하반기 중 국회 입법을 거쳐 제정할 예정이다. 통합감독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모범규준은 1·4분기 중 만들어 오는 4월부터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