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저임금 한달] "일자리 안정자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보험 안든곳 절반 넘는데

"자금지원 땐 가입" 안이한 판단

영세업자들 신청 저조 불가피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업주가 있나요.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예요.”

강원도 강릉에서 식자재 도매업을 하는 박상대(가명) 대표는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최저임금 지원을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저조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본인도 직접 일하는 영세 사업주 입장에서는 보험료도 일종의 세금”이라며 “정부가 최저임금 지원을 위해 우리와 같은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3조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결국 고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려 그대로 빼 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저임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이 오히려 현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가 총동원돼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신청 및 지급 실적은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로 이날 최초로 집행된 금액은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과 6,791만원에 그쳤다. 328개 사업장의 538명의 근로자 분이다.

신청률을 따져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30일 기준 신청 사업장은 1만6,508개소, 근로자 수는 3만9,057명이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대상 사업장과 근로자가 각각 100개소, 3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률은 사업장 기준 1.65%, 근로자 기준 1.30%다.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일자리안정자금 도입의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정부가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 따른 부족한 재원을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영세 사업장들의 낮은 최저임금 준수율과 고용보험 가입률에 대해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돈을 퍼주면 현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과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4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밝힌 박 대표는 “업무 특성상 몸을 쓰는 일이 많아서인지 3개월 이상 일하는 알바생은 거의 없고 주로 군 입대를 앞두거나 휴학 중인 대학생들이 일하러 찾아온다”며 “돈 1만원·2만원이 아쉬운 이들에게 고용보험·의료보험 등 4대 보험료가 급여에서 떼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을 길게 고용하면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영세 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수시로 바뀐다”며 “사업주 입장에서도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한 번 가입하면 앞으로 계속 부담해야 할 4대 보험을 선뜻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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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현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후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르바이트생의 급여를 맞췄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액에 맞춰 올린 급여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 금액은 빼기로 양해를 구한 것이다. 박 대표는 “대부분 영세 사업주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신들도 직접 일터에 나갈 정도로 지원이 절실할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돈을 준다고 하는데도 나서지 않는 것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13.6%로 266만3,000명의 임금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중 68.2%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고용되고 있다. 통계청이 2016년 상반기 조사한 업종별 고용보험 가입률을 보면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도소매·숙박음식점의 가입률은 55.6%에 불과하다.

직업별 고용보험 가입률을 보면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서비스종사자와 판매종사자는 각각 49.4%, 50.9%로 절반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등 단순노무종사자의 가입자는 40.8%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주에게 일자리안정자금을 주겠다고 홍보하기에 앞서 영세한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잘 지켜지지 않는지, 고용보험 가입률은 왜 낮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봤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한 채 돈을 주면 고용보험도 들고 최저임금도 준수할 것이라고 봤다면 안일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세종=임지훈기자 ingaghi@sedaily.com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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