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연준을 살림…경제를 살림…'살림의 여왕' 옐런 떠나다

[4년 임기 마치며 FOMC 주재]

기준 금리1.25 ~ 1.50%로 동결

금융위기 이후 다섯 차례 금리 인상

女 특유 세심함으로 출구전략 성공

미답의 '긴축시대'…美경제 순항 이끌고

보유 자산 늘리며 탄탄한 중앙銀 만들어

후임 파월 의장은 3월 회의서 데뷔

인플레 우려 불식…금리 인상할 듯

점진적 긴축 기조 조정력은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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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여성 수장인 재닛 옐런 의장이 1월31일(현지시간) 주재한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1.25~1.50%)를 동결하며 4년 임기를 조용히 마쳤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특유의 세심함으로 연준을 이끌어온 옐런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살얼음판 같은 세계 경제에서 연준의 제로금리를 깨고 다섯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출구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답의 ‘긴축시대’에도 미국 경제의 순항이 지속된 것은 옐런의 탁월한 소통능력이 시장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 시장은 옐런의 바통을 이어 3일 세계 경제의 컨트롤타워 수장에 취임하는 제롬 파월 의장이 전임자 이상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보여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오는 3월 FOMC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목표(2%)를 달성하면서 점진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할지가 그의 당면과제다.

31일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친 연준은 평온했다.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성명서를 내놓고 예정대로 기자회견 없이 물러났다. 떠나는 옐런 의장이 시장의 기대처럼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미 경기도 견조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지난 이틀간 하락했던 뉴욕증시도 이날 반등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고용과 가계지출, 기업의 고정투자 증가세가 견고하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올해 물가상승률이 오르면서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던 연준이 유일한 걸림돌로 지목됐던 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우려마저 불식시킴에 따라 3월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확고해졌다. 12인의 FOMC 위원 중 한 명에서 3월 회의에서는 연준 수장으로 데뷔할 파월 의장에게 순조롭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멍석이 깔아준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트레이더들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9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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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퇴임하는 옐런 의장은 4년간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완연한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와 연준 부의장을 거쳐 2014년 의장에 오른 옐런은 임기 중 다섯 차례 금리 인상과 자산축소를 무리 없이 시행했다. 2013년 ‘테이퍼탠트럼(긴축발작)’의 악몽이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2014년 2월 취임한 옐런의 치밀한 출구전략으로 지난 4년간 나스닥지수는 97%, 다우지수는 67% 각각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의장이 이상적인 금리수준으로 일컬어지는 중립금리를 기존 4%에서 2.8%까지 내리는 통찰력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점진적으로 완화했다며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거대한 발자취로 미 경제에 오랫동안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했다.

그의 후임인 파월은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세계 경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연준 의장 자리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파월 시대가 녹록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목표치에 못 미치며 고질적인 저물가 우려마저 제기되는 인플레이션율을 2%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로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에 대처해야 한다. 점진적 금리 인상으로 적정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면서도 경기가 과열되지 않게 적기에 중앙은행의 조정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1월로 104개월째 확장세를 이어가며 역대 세 번째로 긴 경기확장 국면을 맞은 미 경제가 파월 의장의 4년 임기 중 거꾸러질 가능성이 큰 만큼 그가 보여줄 위기관리 능력이 최대 관전 포인트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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