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갈팡질팡 규제·시민단체 반발에...국내선 자리 못잡는 영리병원

아예 수익성 뛰어난 해외서 둥지

국내 대형병원은 정부의 영리병원 규제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더 이상 국내에 투자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당장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원하려다 제동이 걸린 녹지국제병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뤼디그룹이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개원 예정일이던 지난해 7월을 넘겨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승인을 마치고 제주도의 허가만 앞둔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벌써 다섯 차례나 심의가 연기됐다. 의료장비를 구입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34명까지 채용한 녹지국제병원은 매달 8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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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해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현실화됐다. 시범적으로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운영해 의료산업 개방에 따른 장단점을 검토하고 ‘아시아 의료 허브’로 부상한 태국과 싱가포르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자는 장기적인 대책에서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영리병원은 타인의 고통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반대하며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늦어지면서 제주도는 뤼디그룹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할 처지다. 한시바삐 해법을 내놓아야 할 정부는 양측의 눈치만 보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면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고 불허하면 국가적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영리병원 도입을 결정했음에도 반대 여론이 있다는 이유로 정책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의료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까지 도입되면 국내 대형병원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해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대형병원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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