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 "색다른 기술로…2년후 '7315' 물들일 것"

700억원 매출·300억원 수출·15% 영업익

키워드로 2020년 비전 '7315' 내세워

분말 착색제로 국내 안료시장 40% 차지

5명 중 1명 연구원…친환경 자체기술로

가격 경쟁력 갖추고 저가 중국산 차별화

상반기 베트남 진출…동남아 공략 가속도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




“오는 2020년 회사 비전인 ‘7315’를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700억원 매출, 300억원 수출, 15%의 영업이익이 목표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차별화된 기술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습니다.”


장성숙(62·사진) 우신피그먼트 대표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020년을 향한 비전 ‘7315’를 설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500억원 매출과 60억원의 수출을 일군 우신피그먼트의 2년 후 비전으로 가능할 전망이지만 장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신중한 표정이다.

우신피그먼트가 생산하는 안료는 분말 형태의 착색제로, 도료나 인쇄, 잉크, 그림물감, 화장품, 스마트폰 액정 등 컬러가 들어간 생활 속 모든 분야에 들어가는 재료다. 국내 안료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에버랜드나 리움미술관, 공공 도서관이나 교량 시설 등 주요 시설물은 물론 플라스틱 그릇이나 안경테 등 생활용품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독일 바이엘사의 자회사인 란세스(Lanxess)와 기술 협력을 통해 친환경 수성 액상 안료를 개발한 데 이어 무독성 유무기복합안료를 개발하며 안료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수유겸용 액상안료 개발도 우신피그먼트가 갖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장 대표는 “사람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컬러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국내외 50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데 매년 해외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현재 500여곳의 고객사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 즐비하다. 창업 초기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영업을 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것이 가장 큰 비결. 대기업 납품은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원가 절감과 좋은 품질,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마음을 얻었다고 한다.

장 대표가 안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첫 직장 덕분이다. 피난민 출신의 부모 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장 대표는 사랑은 듬뿍 받았지만, 가난 탓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오빠 때문에 중학교 입학 시기를 놓친 그녀는 남들보다 몇 년 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1975년 ‘대성사’라는 안료전문업체에 경리로 입사,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안료가 뭔지도 모르고 입사했지만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재고 정리를 하면서 스스로 깨우쳤고 안료 전문가로 거듭났다. 입사 3년 차에 회사가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하자 22살 무모했던 그녀는 회사 인수에 나섰다. 친언니 집에 얹혀 사는 처지였던 그녀는 언니를 설득해 형부의 퇴직금 6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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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마포 변두리 집 한 채 가격이 200만원이었으니 600만원은 서민이 만질 수 없는 거금이었다. 주변 지인들이 ‘6개월이면 문 닫을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누구도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하지만 가시밭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업체 납품을 따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안료 업계에서 영업을 해 본 적 없는 처녀의 도전은 무모하기만 했다. 영업을 하기 위해 기업체 담당자를 찾아가면 대뜸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더욱 더 큰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여성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기업과 거래를 트면 ‘접대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첫 고객은 새한미디어였다.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자 담당자가 그녀의 열정에 감동해 모니터 케이스 컬러 납품건을 제안했다. 새한미디어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고객사를 늘려갔다. 그러나 해외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세계적인 안료전문기업인 란세스에 기술 전수를 요청했고 몇 년 간의 구애 끝에 란세스로부터 반제품을 갖고와 우신의 기술을 접목한 완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란세스가 수출하는 완제품 안료는 20~30종에 그치지만 우신피그먼트는 이를 원재료로 200종이 넘는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전체 직원의 20% 이상이 기술연구소 연구원인 덕에 수입 대체는 물론 다국적 기업인 클라리언트(Clariant), 바스프(BASF) 제품보다 우수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없는(VOC Free) 유무기 착색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안료 생산 기술에 한 발씩 다가가면서 결국 순수 우리 기술로 안료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우리가 완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판매가도 30% 이상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회상했다.

올해 그는 동남아 공략에 고삐를 바짝 쥔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 베트남에 현지 사무소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강자인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신피그먼트의 친환경 안료에 대한 신뢰가 쌓인 만큼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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