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여성의장이었던 재닛 옐런(72)이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으로 연준을 떠난다.
지난 2014년 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가로 연준 의장에 올랐던 옐런은 총 5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기형적으로 늘어났던 연준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며 출구전략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적 완화 종료에 수반되는 경기침체를 피해 실업률을 17년래 최저인 4.1%까지 끌어내리는 등 경제 호황을 이끈 것이 그의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미 증권시장은 옐런이 재임했던 4년간 전에 없던 호시절을 누렸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그의 재임 기간 정보기술(IT)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7% 오르는 등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도 각각 67%, 59%로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옐런의 최대 업적이 중립금리를 낮춰 미 경제가 급진적 금리 인상에 따라 받을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옐런이 의장에 취임할 당시 동료 연준 이사들은 당시 0%대였던 금리가 장기적으로 중립금리인 4%까지 인상돼야 한다고 믿었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현 금리와 중립금리 사이의 차이를 보고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를 결정한다. 둘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은행은 금리를 자주 또 급격하게 올려야 할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옐런은 이사들을 설득해 중립금리 수준을 2.8%로 끌어내려 점진적 금리 인상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급격한 인상에 따라 경제가 받을 충격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것이 WSJ의 해석이다. 신문은 “옐런은 미 금리에 거대하지만,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 발자취를 남기고 떠났다”며 “이는 오랫동안 미 경제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옐런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인사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연임 재가를 받지 못해 이번에 퇴임한다. 연준 의장이 4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 것은 1970년대 말 17개월 만에 사퇴한 ‘최악의 연준 의장’ 윌리엄 밀러 전 의장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옐런의 이사 임기는 2024년 1월까지였지만 그는 관행에 따라 의장직과 이사직 동시 사퇴를 선택했다.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첫 국정연설에서 미국 실업률과 증시호황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은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한 경제를 만든 옐런 의장에게 감사하기는커녕 그를 내쫓았다”고 비꼬았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