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방사청 직원-LIG넥스원 '짝짜꿍'에 놀아난 국산무기 '천궁'

■감사원, '천궁' 양산산업 계약실태 감사결과

방사청-LIG넥스원 유착관계 무더기 적발

본인·가족 취업 청탁에 법인카드 받아 사용

계약 제멋대로 결정, 관리해 예산 376억 낭비



철저한 계약 관리로 국산 무기 첨단화와 예산 절감에 앞장서야 할 방위사업청 직원들이 오히려 방산업체에 취업을 청탁하고, 법인카드를 받아 흥청망청 사용하고 향응 접대까지 받았다. 그 대가로 방위사업청 직원은 해당 방산업체에 실제보다 더 많은 돈을 얹어줬다. 국민이 낸 혈세로 장난질을 한 셈이다.

감사원은 1일 ‘천궁 양산산업 계약 실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적의 항공기 격추용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궁(天弓)’ 양산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계약팀·사업팀 담당자들과 방산업체 LIG넥스원 간의 유착 관계를 낱낱이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천궁사업팀은 2012년 7월 10일 천궁 초도양산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당초 레이더·교전통제소·발사대를 분리 계약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스템의 각 부분을 분리 계약하는 게 전체 일괄 계약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방사청 계약팀장 A씨는 사업팀에 계약형태 결정은 계약팀의 고유권한임을 내세워 일괄계약으로 조달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2012년 12월 26일 LIG넥스원과 초도양산계약은 일괄 계약으로 체결됐다. 또 방사청은 초도양산 일괄계약에 따른 위험보상비를 LIG넥스원에 지급했다. 분리계약과 비교해 176억원을 더 썼다.

LIG넥스원에 유리한 계약을 진행한 A씨는 2013년 1월께 LIG넥스원의 협력업체 B사 관계자에게 취업을 청탁했고, 이듬 해 4월 전역 후 B사에 재취업했다. B사 재직 기간은 3년. 그 기간 동안 급여로 2억3,800만원을 받았다.


이 뿐 아니라 A씨는 2013년 4월 LIG넥스원에 천궁의 무정전 전원장치를 관급하는 C사에 유리하도록 품목 사양서를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그 대가로 C사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7,3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심지어 자신이 아내를 C사에 취업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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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뿐이 아니었다. 초도양산 원가감독관 D씨는 계약팀이 천궁계약 형태를 검토해 달라고 하자 원가분석도 하지 않은 채 LIG넥스원 관계자로부터 천궁체계 설명자료를 받아 이를 토대로 일괄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역시 대가는 취업 청탁이었다. D씨는 2012년 6월 자신의 조카를 LIG넥스원에, 같은 해 9월 처남을 LIG넥스원 협력업체에 취업시켰다.

후속양산 사업팀장 E씨는 2014년 6월 LIG넥스원으로부터 일괄계약이 유리하다는 식으로 작성된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를 기초로 같은 해 10월 조달요구를 했고, 12월에 후속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역시 일괄계약 된 탓에 분리계약과 비교해 LIG넥스원에 200억원을 더 지급했다. E씨는 2014년 이후 LIG넥스원 등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450만원 상당의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았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퇴직자인 A씨와 E씨, 현직자인 D씨의 비위행위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관련자 2명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D씨의 경우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 아울러 감사원은 지난해 9월 A·E·D씨 및 LIG넥스원과 협력사 관계자 2명 등 총 5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을 하고, 10명에 대해서는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한편 방사청은 이날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 “감사 결과 및 처분요구를 존중하며 관련자의 처벌과 제도 보완을 통해 방위사업을 더 투명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자성의 뜻을 밝혔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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