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 최다니엘은 극 중 좌윤이의 보스 YB 영상사업부 상무 남치원 역을 맡아 백진희와 커플 연기를 펼쳤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다니엘에게 실제 연애 스타일도 남치원 같은지 물었다. “실제로 표현을 잘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해’라는 말도 수개월이나 걸려야 나온다. 상대방이 알겠거니 하며 넘어가는 편이다. 100일 같은 날도 잘 챙기지 못한다. 그렇게 무슨 날에 맞춰 챙기는 게 민망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날에 꽃 같은 걸 선물한다. 연애하면서 뻔한 느낌이 드는 게 싫다. 그런 면에서 서로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상대방에게 100% 맞춰주는 강아지상의 좌윤이 같은 여자는 어떤지 묻자 최다니엘은 “윤이 같은 캐릭터가 실제로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저글러스’ 촬영 내내 상대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백진희의 연기에 대해서는 “진희 캐릭터가 연기하기에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소동극도 많고 분량도 많았다. 출연진 중 늦게 캐스팅이 돼서 스스로 걱정도 많이 했다. 중간에 진희가 발을 다친 적이 있어서 우려를 했는데 현장에서 티도 안 내고 꿋꿋하게 잘 소화해줬다. 신임이 갔고, 캐릭터의 총명함과 에너지 있는 모습을 잘 가지고 연기했다. ‘저글러스’의 일등공신이었던 것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치원(최다니엘 분)과 좌윤이(백진희 분)는 극과 극의 성격이었음에도 묘하게 케미가 잘 맞아들었다. 어린 시절 화재 사고를 당한 트라우마와 ‘이혼남’이라는 딱지가 붙어 철벽을 치기 일쑤였던 남치원, 그에 비해 타고난 비서 기질로 상대방에게 헌신적이고 맞춰줄 줄 알던 좌윤이는 천생연분 커플로 탄생했다.
“치원이의 콘셉트가 그 정도로 만화적일 줄 몰랐다. 처음 1, 2회는 만화같이 흘러갔다. 이후에 치원이는 현실적으로 연기하려 했다. 그게 오히려 윤이와 밸런스가 교묘하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만화 같은 모습의 윤이와 현실적인 치원이가 오묘한 케미를 이뤄낸 것 같다. 나중에 치원이는 그런 윤이를 만나고 말랑말랑하게 변했다.”
남치원의 화재 사고 트라우마처럼 실제 최다니엘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을까. “나는 나방이 무섭다. 벌레인 거미도 무섭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덜미에 있을 것 같고 귓속에 들어가면 어쩌지 걱정한다. 옛날에 TV로 본 ‘긴급구조 119’에서 바퀴벌레가 귀에 들어가고서 못 빼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예전 우리 집에도 바퀴벌레가 많아서 찬장을 열다가 바퀴벌레가 떨어져서 귀에 들어가면 어쩌나 생각했다. 그리고 예전에 누룽지를 먹고 체한 적이 있어서 누룽지맛 사탕을 못 먹는다.”
2005년 KBS 드라마 ‘황금사과’로 데뷔한 최다니엘은 어느덧 14년차 배우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드라마 ‘동안미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공모자들’, ‘악의 연대기’, ‘치외법권’ 등 로맨스물부터 장르물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남겨왔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고등학교 때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도 그냥 내가 살아가는 삶의 하나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연기자가 돼야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 성격상 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에는 출석부에 내 이름만 4글자로 튀어나와 있어서 선생님이 항상 뭘 시키셨다.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주목 받는 게 두려웠다.”
“데뷔하고 나서는 이미 연기에 재미를 느낀 상태였다. 스무 살 데뷔 직전에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정형화된 느낌을 받았다. 현실에서 저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었고, 그걸 증명해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다 그렇게 해야 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웃음)”
2년 이상 군 복무를 하면서 공백기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을 법하다. 최다니엘은 3년 만에 배우로 복귀한 소감에 대해 “배우로서 다시 시작한 기분이었고 되게 설레었다. 내 성격일 수도 있는데 어떤 것에 먼저 두려워하지 않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대론데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았다. 친구들은 아이 둘을 낳고 아저씨가 돼 있더라”며 “아직 자신감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처음 같은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그래도 할 때는 진지함을 잃지 않았구나 싶었다. 촬영하면서 되게 재미있었고 내 자리로 돌아오려고 했다.”
‘저글러스’ 이후 차기작 방향을 묻자 최다니엘은 “‘로코’를 또 한 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최다니엘식 로맨스에 더욱 욕심냈다. “굳이 내가 변화해야겠다는 강박은 없다. 학생 역을 못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교복을 입어보고 싶다. 전문직, 의사, 작곡가 등 상대적으로 나이대가 높은 역할을 해봤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