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회계법인인 EY한영이 외부감사법인 지정을 앞두고 관계사인 EY어드바이저리의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EY어드바이저리 법인의 덩치가 커지자 100% 자회사를 새로 만들어 일부 사업부 이관에 나선 것이다. 회사 측은 컨설팅 서비스 강화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직원들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법인 신설, 소속 변경 등이 이뤄져 내부 동요가 일고 있다.
2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EY한영은 지난해 말 EY어드바이저리의 물적분할을 결정하고 이달 초 EY컨설팅을 새로 설립했다. EY어드바이저리의 일부 사업부를 이관해 조직 구성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EY컨설팅 분할에 대해 “어드바이저리라는 단어보다 친숙한 단어인 컨설팅을 내세워 고객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EY코리아는 감사·재무자문·세무 등이 포함된 EY한영회계법인과 컨설팅펌인 EY어드바이저리의 두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EY어드바이저리는 홍콩EY의 100% 자회사로 EY코리아 내 또 다른 법인인 EY한영회계법인과 일을 함께 하지만 별도의 지분관계는 없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이번에 설립된 EY컨설팅은 EY어드바이저리의 100% 자회사로 홍콩법인의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EY어드바이저리의 물적분할을 놓고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친화의 일환이라지만 굳이 사명 변경이 아닌 분할을 진행할 이유가 불분명한데다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소속을 이관했기 때문이다. EY컨설팅으로 옮겨간 대다수 직원은 “건강보험공단의 연락을 받고 소속 변경을 알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Y어드바이저리의 물적분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EY어드바이저리는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의 한국법인 직원 70명을 영입하는 등 300여명 수준까지 규모가 늘어났다. 매출도 6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증가했다. 이대로면 올해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공공 부문 입찰에도 40억원 이상 규모에는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사 관계자는 “물적분할이 매출을 줄이기 위한 꼼수는 아니다”라며 “일부 극소수 사업을 제외하고 전부 이관됐기 때문에 EY어드바이저리와 EY컨설팅의 매출은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법인 변경의 취지를 직원들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EY어드바이저리가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부터 ‘주식회사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감법)’ 대상이 됨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진행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외감법이 적용될 경우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하는데 물적분할을 통해 규모를 줄이면 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