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진 않지만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고, 주택담보대출이며 애들 교육비를 내고도 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분명 중산층이다. 통계청 기준 중산층은 월평균 366만원을 벌고 생활비로 220만원을 쓰며, 47% 이상이 30평형대 이상 아파트를 소유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사는 중산층 비중은 65.7%로 적지도 않다.
하지만 은퇴 후엔 어떨까. 큰 돈 들어갈 일 없고, 알뜰하게 살면 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빠르면 40대 후반 늦어도 60대 초반에 회사를 나오는데, 섣불리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간 몇 번 실패를 맛 볼 경우 곧바로 빈곤층으로 몰락한다. 보험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2004년 가구주 연령 50~65세인 중산층 866가구에서 2010년 빈곤층이 된 가구는 52.9%인 458가구나 됐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가 2017년 11월 30~50대 중산층 1,122명에 물어본 결과 10명 중 6명은 은퇴 후 소득이 150만원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노후대비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금과 교육비를 끊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당장 만기가 남은 대출을 갚을 수도, 애들 사교육을 중단할 수 없다. 대안이 없지는 않다. 굳어 있는 자산을 쪼개고 풀어서 투자하고 일정하게 받는 ‘유동화’가 답이다.
노후대비는 거창한 게 아니다. 일단 현재 저축과 투자상황을 점검하고 은퇴 후 얼마나 돈이 들어올지 확인하는 것부터가 노후대비의 출발이다. 당장 투자상품을 찾기에 앞서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게 최후의 투자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설명이다.
노후 예상 수입은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탈(100lifeplan.fss.or.kr)’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기본이고 본인이 가입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연금보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낸 ‘은퇴 후 월급’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시뮬레이션은 삼성자산운용의 은퇴설계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볼 수 있다.
자신의 미래를 확인했다면, 지금 가입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종신형 보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인 권유로 무턱대고 가입한 상품을 재설계할 때다.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오기보다 꾸준하게 현금 수익을 창출하는 인컴(income)형 상품은 수년간 투자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추천하는 상품이다. 상장지수투자펀드(ETF) 중에서도 우량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인컴 ETF는 ‘위험한 대박’보다 ‘안전한 중박’을 노리는 투자자에 안성 맞춤이다.
대표적 비유동성 자산인 주택도 연금화하는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유권을 갖고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는 주택연금에 가입자가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정부가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연금형 매입임대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상품은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민간보다 안정적이고 투자자에 유리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