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쪽지예산 막을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애겠다니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앨 모양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가 새로운 예산을 편성할 때 정부 동의를 의무화한 헌법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개헌안에 담기로 했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돼 있는 헌법 57조를 손질하기로 한 것이다.


이 조항은 의원들이 혈세로 지역구에 생색내는 행위를 방지하고 예산 남용을 없애는 거의 유일한 장치다. 특히 예산안 심사 막판에 의원들이 끼워 넣는 쪽지예산을 그나마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이게 사라지면 쪽지예산을 막을 방법이 아예 없어지는 셈이다. 국회의 선심성 행태가 더 극심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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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은 국회법과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는 불법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매년 이를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올해 예산안 심사 때 역시 쪽지도 모자라 ‘카톡 청탁 문자’가 예결소위 간사나 실세 의원들 휴대폰에 수시로 전달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예산이 수억원씩 늘어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해마다 의원들이 압박·강요로 끼워 넣는 지역구 민원 예산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것이야말로 빨리 사라져야 할 ‘적폐’다. 국회의 적폐를 없애기는커녕 되레 합법화한다니 누가 공감하겠는가. 역주행 발상에 대한 민주당의 설명은 더욱 가관이다. 과도한 대통령·행정부 권한을 분산시켜 국회의 예산 권한을 확대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의회권력은 막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권까지 쥐락펴락하겠다는 것은 제왕적 의회권력을 넘어 의회독재를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쪽지예산 합법화 시도를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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