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평창에 '헌법상 수반' 김영남 파견 결정

'9~11일 방남' 우리 측에 4일 일정 통보

美는 올림픽 앞두고 전방위 대북 압력

방한 앞둔 펜스 "전략적 인내 끝났다"

비핵화 없는 북미대화 가능성에 선그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영남(사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북한의 헌법상 수반으로, 공식 서열은 2위다.

통일부는 4일 밤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앞으로 고위급 대표단과 관련한 통지문을 보내왔다”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단원 3명,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이 9∼11일 우리측 지역을 방문할 계획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결정은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평창올림픽에 명목상이긴 하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위원장을 파견함으로써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전 세계에 선전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 김영남 위원장이 지난 해 12월 북한을 방문한 비탈리 파쉰 러시아 하원의원을 통해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는 점에서 평창을 계기로 북미대화 전기를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이날 통지문에서 북한이 단원 3명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 외 추가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또 다른 핵심 인물이 함께 올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이처럼 평창으로 향하는 북한 대표단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 했지만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북미 대화’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평창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평창올림픽 참석차 이번주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북핵 문제와 관련, “며칠 후 한국과 일본에 간다”면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간다”고 북한을 향한 강경 기조에 방점을 찍었다. 펜스 부통령은 6~8일 일본 방문 이후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8일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북핵 대응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는 “북한이 완전히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모든 경제적·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해 무력사용 가능성도 거듭 거론했다. 특히 그는 방한 기간 동안 북측 인사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까지 우리 정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펜스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과 결을 달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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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지성호씨 등 탈북자 8명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한은 점점 살기 힘든 곳이 돼 많은 북한 사람들이 수년간 북한을 탈출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초점을 맞춰 북한 비판에 열을 올렸다.

미 국방부도 이날 발표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미국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간 대화 무드가 형성되는 가운데 대북 압박의 고삐를 조이는 것은 북한의 한미 관계 이간질 시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올림픽 이후 북한 재도발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손철특파원 정영현기자 runiron@sedaily.com

손철·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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