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 9년 만의 폭락장세가 벌어졌다. 기록적 랠리를 이어온 미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도 시중금리 상승과 증시 급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5%를 돌파하면서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신규 대출자의 문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666.75포인트(2.54%) 하락한 2만5,520.96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나란히 2% 안팎 떨어지며 마감했다.
이날 주가 급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가 상승 전망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다. 이날 나온 1월 미 고용지표에서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2.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본격적인 물가 회복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그동안 상승 흐름을 이어온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탄 가운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돌파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일 적용 기준 KB국민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가이드 금리는 3.83~5.03%, NH농협은행은 3.69~5.03%에 달했다. 최고금리만 놓고 보면 2013년 이후 5년 만에 5%대를 다시 돌파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초에 비해 한달 사이 0.2%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변재현·황정원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