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SE★인터뷰①]‘여도’ 송승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브리지 역할 잘 해낼 것”

송승현의 열정은 대단했다. 2시간이 넘는 사극 ‘여도’ 무대를 쥐락펴락 하면서 이성의 머릿 속으로 관객을 안내했다. 무엇보다 관객을 제 편으로 만들어 설득시키는 힘이 강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 될 정도였다.

밴드 FT아일랜드의 송승현이 연극 ‘여도’(연출 김도현)로 첫 연기에 도전한다. ‘여도’는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과거 시점과 그의 숙부이자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현재 시점을 오가며 단종 죽음의 실마리를 파헤치는 추리 사극이다.




FT아일랜드 송승현 /사진-FNCFT아일랜드 송승현 /사진-FNC


송승현은 연극 ‘여도’에서 단종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하는 이성 역을 맡았다. B.A.P 힘찬, 신민수가 ‘이성’ 역에 트리플 캐스팅 됐다.

4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송승현은 ‘이성’ 역에 끌렸다고 한다. 어려운 역할이기에 끌렸고, 어려운 역할을 맡아서 연기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고비가 있으면 그걸 넘어서는 게 배우’라는 지론도 작용했다.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성’역으로 2017년 연말과 2018년 새해를 보내고 있는 송승현을 만났다.

“처음에 단종과 이성 역을 놓고 선택권을 주셨어요. ‘이성’역이 좋다고 하니, 회사(FNC)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 단종이란 인물이 멋있긴 했다. 이성이란 인물은 1막 2막 계속 나올 뿐 아니라 극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 에너지가 어마 어마하다. 또 선배님들이랑 다 붙는 신이 많아서, 배우들과의 호흡을 유지하려면 소대에서도 끈을 못 놓는다. 그래서 연습실 가서 아주 잠깐 후회 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너무 잘 선택한 것 같다.”

2달이란 시간동안 대본리딩에만 공을 들일 정도로 ‘여도’를 준비하는 시간은 길었다. 그 사이에 송승현은 기본적 딕션, 연기 스킬, 발성, 움직임 등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뮤지컬과 매체 연기와는 또 다른 연극 연기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힘을 빼는 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기본 동작을 다 써보니 그 차이를 알겠어요. 조승우, 엄기준 선배님들을 보면 많은 장르에서 연기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베테랑 배우라고 칭하죠. 그 분들의 발톱의 때 만큼이라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연극을 하기 전엔 그 분들이 어떻게 저렇게 공연이면 공연, 매체면 매체 연기를 다 잘하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


열심히 하는 배우 이상으로 매력적인 배우는 무대를 즐기는 배우이다. 송승현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믿는 이성의 광증, 아버지로 믿고 살아온 세조에 대한 존경심과 실망감, 사랑하는 여인을 속이면서까지 용기를 갖고 미친 척을 한 이성의 속내를 하나 하나 고민했다. 작품의 제목인 ‘여도’가 곧 이성의 시호를 의미하듯, ‘여도’는 송승현의 대표작으로 불러도 될 듯 했다. 그는 이성을 ‘관객이 공감하고 울 수 있는 브리지 역할’로 정의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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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광증을 보여준다는 게 진짜 미쳤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 이성의 주변 사람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겐 ‘나 미쳤어’를 보여준다면, 관객에겐 ‘실제 광증이 아니다’는 걸 보여준다. 저만의 광증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광증이란게 특정한 소리를 내는 닭소리 광증,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광증, 울다가 웃다가 하는 종잡을 수 없는 광증등 다양하게 있다. 여러 가지를 정말 많이 시도 해 본 뒤 저만의 것을 만들었다. 무대에서 반응이 재미있고 거기서 힘을 얻는 게 있다. 벌써 14회를 소화했습니다. 극장에 오셔서 확인해주셨으면 한다(웃음)”

송승현은 고민을 공유하는 배우이다. 연극이란 게 자기 연기만 해선 소통하지 못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선배 배우들 뿐 아니라 앙상블 배우들에게도 늘 먼저 다가가 장면의 합에 대해 물어본다고 한다. 아이돌의 연극 도전에 반신반의했던 선배들도 이젠 “걱정 괜히 걱정 했다. ”고 말해주실 정도. 선배들의 예쁨을 독차지하겠다고 하니 “감사할 뿐이다”며 웃는다.

FT아일랜드 송승현 /사진-FNCFT아일랜드 송승현 /사진-FNC


“난 이 감정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 독백할 때 어땠어요? 계속 물어봐요. 그렇다고 그들의 의견만을 따라가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소통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상대의 의견을 바로 쓰는 게 아니라. ‘더 연구해보겠습니다. 더 찾아보겠습니다. ’라고 답을 해요. 연기에 답은 없는 거잖아요.‘

뮤지컬 ‘잭 더 리퍼’ ‘삼총사’ ‘썸머스노우’ 에 이어 연극 ‘여도’로 연기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 송승현. 그는 “제가 표현하는 이성이 70점은 되지 않을까”라며 자평을 했다. 나머지 30점은 공연이 끝날 때쯤 완벽하게 채워져 있을 예정이란다.

“제가 완벽한 이성은 아니기 때문에 100점은 아닙니다. 더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우로서 이성과 하나되어 고민하고 찾아가는 중입니다. 늘 대본을 곁에 두고 무대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체크를 해요. 매일 보던건데 또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지금까지 뮤지컬 3작품을 열심히 했어요. 나이를 먹으니까 열정보다는 잘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연출님이 제 나이 또래에 열정적인 배우를 찾기 힘들다는 말을 하신 적 있어요. 어떻게 연기를 하는데 열정이 없을 수 있지? 란 호기심에 전 ‘여도’를 덥석 물었죠. 모두가 인정하는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나 하나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 행복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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