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춘추관에서 언론브리핑을 통해 “헌법상 행정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우리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지금껏 방문한 북한인사 중 최고위급”이라며 이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따뜻하고 정중하게 맞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 고위급 당국자간 대화 등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문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한과 세계가 화합하는 ‘평화올림픽’으로 개최하고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 동행할 북측의 또 다른 고위급 인사 명단에 대해선 “(아직) 명단을 통보받진 않았지만 남북관계 개선, 올림픽 문제, 평화구축 이런 문제 대해서 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오지않을까 싶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대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방한시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상태다.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그 명칭, 형식, 의제 등을 어떻게 정해야 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가장 무난한 용어로는 ‘예방’이 꼽힌다 . 오는 8일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대통령의 경우 김 위원장처럼 미국내 서열 2위인 정상급 인사이지만 문 대통령과의 당일 만남을 ‘예방’으로 표현할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김 위원장은 펜스 부대통령과 달리 행정수반이라는 지위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정상회담’이나 ‘정상급 회담’으로 예우할 수 있다는 외교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2015년 10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간 만남을 한·중 정상회담으로 명명했던 것이 비견되는 사례다. 혹은 ‘정상급 회담’이나 그냥 ‘양자회담’으로 모호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간 회담이 이 같은 사례다. 해당 일정 당시 청와대는 ‘정상 회담’으로 명명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회담’이라고 명명했고, 언론들은 이를 보도시 ‘정상급 회담’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만남이 성사될 경우 그 명칭과 형식 등을 놓고 남북간 사전준비 과정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즈음이 바로 그러했다.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평양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노 대통령은 김영남 위원장과 만났는데 당시 북측은 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의 만남을 ‘정상회담’,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을 ‘실질적 정상회담’으로 명명하자고 주장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를 놓고 남북간 의견이 엇갈렸었고 당시 국내 언론은 북측의 주장과 달리 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과의 만남을 ‘회담’이 아닌 ‘면담’으로 보도했다.
한편 김영남 위원장이 방한시 펜스 미국 부대통령을 만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전망이나 의견을 내놓지 않고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북·미간 만남 가능성에 대해 “두 당사자가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북·미) 두 당사자가 만나는 게 우리 정부의 바람일지라도 (두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서 무엇을 만들어 낼 수 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간 만남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노력할 순 있겠지만 직접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