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정부 차원 개헌안 마련하라"...지방선거 동시에 국민투표 의지

정당 간 합의 어렵다고 판단

국회 압박용 '공포탄'이지만

정부안이 '실탄'될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정부 차원의 개헌안 마련을 지시했다. 아직은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공포탄 발사’지만 여야가 오는 3월 데드라인 내에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실제 정부안을 국회에 발의하는 ‘실탄 장전’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제 대통령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 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중심이 돼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의 개헌안을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3월까지 지방분권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국회가 마련해 6월 중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수차례 여야에 요청해왔다. 그럼에도 국회가 여야 각각의 당내 사정과 정계개편에 휘말려 진도를 내지 못하자 문 대통령이 정부 주도의 개헌안 마련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해보라는 의미일 뿐 당장 발의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각 당들이 ‘집안 문제’로 어수선해 내부 당론조차 완전히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 정당 간 협의를 조율한 합의안을 3월까지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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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추진시 3대 골자는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국민 기본권 신장이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5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권력구조 개편도 정부개헌안에 담길지에 대해 “다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헌에서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역시 권력구조 개편”이라면서도 “다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의 개헌’이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3대 골자 원샷 개헌이 어렵다면 6월에는 지방분권 개헌과 기본권에 관한 개헌 먼저하고, 이후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국회안이든 정부안이든 국민투표에 부쳐지려면 먼저 효력 상실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되거나 병행돼야 한다. 문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효력을 상실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위헌 상태에 있는 국민투표법이 2년 이상 방치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관제개헌’, 국민의당은 ‘독선과 오만’, 바른정당은 ‘속도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안을 만든다면 최우선적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논평하며 반박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신영복 선생의 글인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서 관료들의 공직기강을 다잡으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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