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해운 북미항로 점유율 반토막]불붙은 글로벌 해운공룡 '태평양 전쟁' … 소외된 한국

몸집 키운 中·日·유럽 선사들

한진해운 빈자리 7% 거의 잠식

1년새 점유율 '엎치락 뒤치락'

현대상선은 고작 0.8%P 확보

글로벌 선사들이 세계 최대의 수입 시장으로 가는 길인 북미항로를 둔 경쟁은 흡사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 2016년 북미항로 점유율 5위에 불과했던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지난해 싱가포르 선사 APL을 합병하며 점유율이 14.79%에 달해 대만 에버그린(10.33%)을 제치고 단숨에 선두에 나섰다. 2위인 에버그린(10.33%)과 중국 코스코(10.16%)의 점유율 차이도 0.17%포인트로 접전이다. 2016년까지 이 시장 2위였던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4위로 추락했고 MSC도 5위로 한 계단 내렸다.

0615A06 격변하는 북미항로 점유율 수정1




업계는 지난해보다 올해 해운사들이 북미항로를 둘러싼 ‘태평양 전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위인 중국의 코스코(10.16%)가 정부 지원을 업고 6위인 홍콩 해운사 OOCL(6.35%)을 합병해 점유율이 16.51%로 1년도 안 돼 CMA CGM을 추월하게 된다. 일본의 반격도 거세다. 일본은 올해 자국 해운사 케이라인(5.68%)과 NYK(5.1%), MOL(5.1%) 등을 합친 ‘원(ONW)’을 출범시켜 점유율이 15.88%까지 치솟아 북미항로 시장의 2위가 된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공룡화로 CMA CGM이 1위로 올라선 지 1년 만에 3위로, 2년 전까지 1위였던 에버그린은 4위로 하락하는 것이다.


글로벌 해운조사기관 피어슨에 따르면 지난해 한진해운이 몰락한 후 비어 있는 북미항로 점유율 7% 가운데 현대상선(011200)은 고작 0.8%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한진해운의 점유율을 먹으며 배를 불린 중국과 유럽·일본 선사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합종연횡으로 초대형화한 공룡으로 변모해 세계 해운 시장에서 또 다른 한진해운을 만들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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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해운 공룡들은 북미항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5%대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소비 시장이 개선되며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수입액이 2조3,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더해 올해는 2조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해운사들로서는 늘어나는 북미항로의 물동량을 놓칠 수 없는 셈이다. 이 시장에서 선사들은 20피트 컨테이너를 최대 2만개 실을 수 있는 초대형선을 띄워 규모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의 합종연횡도 모두 더 큰 배를 더 많이 투입해 운임단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해운사들이 더 커진 탓에 현대상선의 상대적 경량화가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잃어버린 한진해운 점유율(7%) 가운데 고작 10분의1(0.8%포인트)을 가져온 것도 공룡 선사들의 규모의 경제 효과에 현대상선의 영업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43만TEU로 같은 동맹인 2M에 속한 머스크(423만TEU)의 10분의 1, MSC(318만TEU)의 8분의1에 불과하다. 중국의 코스코는 OOCL을 합병하면 선복량이 255만TEU, 일본의 ONE도 150만TEU까지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최종 6~7개 선사만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영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최소 100만TEU가 앞으로 해운사들의 생존 데드라인으로 보인다”며 “현대상선은 살아남으려면 선복량을 단기에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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