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올림픽 중계사의 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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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국제육상연맹(IAAF)은 3년 후 열리는 서울올림픽 육상 종목 결승전을 오후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3억달러의 중계권료를 낸 미국 방송사 NBC가 오전 경기를 주장했지만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때 유럽에서는 새벽에 TV를 봤는데 미국 국민이라고 해서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88올림픽에서 육상 23경기의 결승전이 오후2시 이전에 치러졌다. 저녁7시에 열리는 종목은 하나도 없었다. 체조는 전체 15경기 중 14개가 오전에, 수영은 38개 중 15개가 오후2시 이전에 열렸다. 올림픽 중계권자인 NBC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올림픽 흥행 수익에서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40% 이상에 달한다. 금액도 천문학적이다. NBC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중계권료로 7억달러를 냈지만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12억2,600만달러로 늘었다. 동계올림픽도 2006년 토리노 때는 6억달러 수준이었지만 평창올림픽에서는 50% 이상 늘어난 9억6,300만달러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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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의 자금을 투자한 만큼 중계권자의 입김은 셀 수밖에 없다. 단지 경기 일정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시드니올림픽 때는 NBC와 호주의 ‘채널 7’만 경기장에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항의를 받고서야 일부 통신사에 허용한 적도 있었다. 88서울올림픽 때는 미국 동부 지역과 시간을 맞춰달라고 요구해 ‘서머타임’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의 여가활동과 자기발전활동 욕구를 충족시키고 업무 수행의 활성도를 높일 것”이라며 적극 홍보했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2년간 극심한 생활 리듬 혼란에 시달려야 했다.

올림픽 중계사의 위세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모양이다. 개막식이 낮이 아닌 밤8시에 열리는 것도, 피겨스케이팅 거의 전 종목이 오전에 열리는 것도 NBC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88올림픽이 열린 지 30년이 지났건만 한국 국민에게 맞춰진 올림픽 시간표는 여전히 없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를 피해 따뜻한 오후 햇살을 맞으며 멋진 경기를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올림픽은 언제쯤 가능할까.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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