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미국발 악재에 트리플 약세]증시 급격한 하락 없겠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변수

■급제동 걸린 증시 어디로

환율 오르며 외국인 '팔자' 가속...지난주 2조 순매도

'인플레 압박→인플레 텐트럼' 확대땐 변동폭 커질 듯

"미국 금리인상 전망 미리 반영돼 점차 안정 찾을 것"

이익개선 화장품·의류 등 주목...중소형·2등주 유망

미국발 충격에 국내 금융시장은 증시·원화·채권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연출했다. 5일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딜러가 4.59%나 하락한 코스닥 전광판 앞을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이호재기자미국발 충격에 국내 금융시장은 증시·원화·채권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연출했다. 5일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딜러가 4.59%나 하락한 코스닥 전광판 앞을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이호재기자




증권가에서는 미국발 악재가 길게는 3월까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인플레 텐트럼(tantrum·발작)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증시의 조정폭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다. 미 금리 급등은 외국인의 자금을 빠르게 흡수한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조2,005억원, 7797억원 순매도했다. 주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6주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이 지난 1월 한 달 간 코스피 시장에서 1조9,756억원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주 매도가 집중된 셈이다. 1,060원대 초반까지 밀렸던 원·달러 환율이 단박에 1,080원대로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순매도도 가속화됐다. 이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4,545억원, 코스닥에서 2,255억원이나 순매도한 것도 이 같은 영향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정이 깊어질 경우 걱정은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금리 인상과 그동안의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 추정치가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변동성 확대를 거들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초 164조원에 가까웠던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는 잇따른 하향조정을 거쳐 2일 160조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아직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경기 확장 추세와 여전한 위험자산 선호 심리 등을 근거로 저가 매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라 쉽게 투자전략을 권하지는 못한다. 1월 수출액(달러 기준)이 전년보다 22%나 증가했다는 점은 여전히 증시에 돈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 금리 인상과 채권금리 상승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 연방기금의 선물금리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3회 금리 인상 전망이 미리 반영돼 있다는 점, 일본은행(BOJ)이 5~10년물 국채 무제한 지정 가매입 등의 대응 방안을 내놓은 점 등을 봤을 때 가팔랐던 금리 급등세가 완화될 것이고 단기 변동성은 어쩔 수 없지만 글로벌 증시가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2,500~2,520선으로 잡고 그 이하로 떨어질 때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대신 그동안 많이 오른 업종·종목을 피해 투자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테이퍼링 쇼크가 겹쳤던 2013년 이익 개선 추세가 확연했던 섹터가 선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증시에 적용해 보면 유통, 호텔·레저, 화장품·의류, 운송 섹터의 이익 개선이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도 그동안 많이 오른 반면 최근 실적 전망은 하향조정되고 있는 대형 정보기술(IT) 업종보다도 소재·산업재, 수출 반등 등이 엿보이고 있는 화장품 등의 섹터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1등주보다는 2등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코스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높았다”며 “올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되는데다 정부 정책도 뒷받침해주고 있어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 대형주는 2.77%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10.16%, 12.3% 상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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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는 “1등주보다 2등주”를 투자전략으로 제시하고 2등주 중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고 올해 매출과 잉여현금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들을 추천했다. 이 같은 조건에 해당되는 종목으로는 엔씨소프트(03657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롯데케미칼(011170)·영풍(000670)·LS(006260)·SK(034730)·JB금융지주(175330)·한국금융지주(071050) 등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도 롯데정밀화학(004000)·한화손해보험(000370)·송원산업(004430)·아세아시멘트(183190)·포스코강판(058430) 등의 중소형주를 제시했다. “당분간 박스권 증시가 계속되겠지만 사이클 업종, 경기소비재, 중소형주로의 상승세 확산은 계속될 것”이라는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의 설명이다.

이밖에 선진국보다 신흥시장의 매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거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미국 증시와 달리 신흥시장은 여전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전 세계 경기가 양호한데다 최근 국내에서는 거래 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체력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3월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들려오고 있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약세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글로벌 증시가 과열된 측면이 있어 당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도 “2~3월은 주가 흔들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특히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주가 조정폭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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