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가 지난해 12월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가격은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월부터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서 분양권 전매 거래에 붙는 양도소득세 비율이 50%로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양도세율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줄어들고 대신 공급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매매 값은 오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양권 시장의 모습이 청약조정지역 내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중과되는 오는 4월 이후 서울의 전반적인 주택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예고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서울시 등에 지난 1월(신고일 기준) 서울의 분양권 전매는 총 540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157건)보다 약 70.9%나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강남권의 거래 감소는 다른 지역보다 뚜렷하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41건에서 올 1월 3건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동안 서초구는 50건에서 5건, 송파구 71건에서 13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가격은 강세다. 특히 강남권에서 전매가 가능한 분양권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해 12월 최고 13억9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지만 현재 최고 17억5,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 한달 사이 매매 값이 4억원이 넘게 오른 것이면서 이 아파트 전용 59㎡의 일반분양가격이 약 1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분양권 웃돈만 7억원 가까이 된다는 해석이다. 개포동의 H공인 관계자는 “최근 단속 등의 여파로 이전보다 분위기는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매수세는 꾸준하고 매도자들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매물을 정리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파구 가락동의 ‘송파헬리오시티’도 전용 84㎡가 지난해 12월에 11억5,455만~12억6,975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호가가 15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올 1월부터 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 양도세율이 일괄적으로 50%로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까지 분양권 보유 기간이 ‘1년 이상~2년 미만’이면 40%, 2년 이상일 경우 6~40%의 양도세율이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세 부담이 대폭 강화됐다. 이에 집주인들이 높은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매물을 걷어 들이면서 공급의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이 치솟는다는 해석이다.
이는 4월 이후 서울 주택시장의 ‘미리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올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10%씩 중과할 예정이다. 즉 세금 부담이 높아진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풀려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양도세 부담 탓에 매물이 줄고 공급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 중개업소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에 나올 매물은 다 나왔다는 말이 나오며 ‘공급 감소→가격 상승’의 예상이 많은 분위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권 집주인들이 양도세 중과가 무서워 지금 가진 집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매물이 늘어나고 호가가 떨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 감소가 곧 매매 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해석 역시 없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이 줄어들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단기간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튈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