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금통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자본유출 우려"

1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테이퍼 탠트럼' 재현될 수도"

한미간 금리역전 현실화 눈앞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도 제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송은석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자본 유출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장기금리 상승세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앞으로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올해 통화 부양책을 추가로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선진국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 금통위원은 “일각에서는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당시와 같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퍼 탠트럼이란 2013년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온 현상을 뜻한다. 그는 이어 “향후 장기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 등 자산가격의 조정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주목했다. B 금통위원은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전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통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 금통위원도 “향후 주요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갈 경우 이들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종전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일 한은 뉴욕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해외투자은행(IB) 16곳 중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4차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기관이 6곳으로 한 달 전보다 2곳 늘어났다. 3차례 인상 전망도 9곳으로 1곳 많아졌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미국 연준이 3월과 6월 두 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현재 연 1.25~1.50%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면 국내 기준금리(1.50%)보다 높아지게 된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발생하는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에 혹시 모를 자본 유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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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은 관련 부서도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될 경우에는 국내 자본유출 문제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은 이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역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D 금통위원은 “국내 자본유출이 환율 변동을 통해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정책금리의 역전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여길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원화 강세가 가팔랐던 만큼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자본 유출은 급격한 환율 하락을 완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도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도 제기됐다. 통화정책 완화가 길어지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정도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가계부채 누증과 같은 금융불균형 위험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난해 11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이은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추가 필요성은 계속 유효하다”고 밝혔다.

통화 완화 기조가 지나치게 장기화 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경향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연초에도 치솟고 있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에 대해 “최근 코스닥 강세, 가상통화 열풍 등과 마찬가지로 그간 금융의 완화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경향이 증대된 데 따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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