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은 ”잡지사로부터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해 ‘괴물’이란 시를 쓰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괴물’이란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고 시작된다.
손석희 앵커는 “(문제가 된 시를 보면)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만한 사람이 등장해 더 논란이 된 것 같다. 단순 풍자시로 볼 수 있느냐는 이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영미 시인은 “문학 작품은 내가 특정 인물이 떠올라서 주제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쓴다. 그런데 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예술 창작 과정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괴물’이란 시 속에서 작가 ‘En’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는 말로 표현했다.
“‘괴물’로 지목된 ‘En’시인이 한 언론에 ‘30년 전 후배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뉘우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최영미 시인은 “우선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녀는 문단 내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꼬집었다. 그는 “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최영미 시인은 “사례가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다”며 “”내가 1994년 등단할 때 일상화돼 있었다. 문단 술자리에서 저에게 성추행 행동을 한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런데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제가 그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서 그들이 나에게 복수한다면 한 두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 피해자들이 아주 많고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겟이다. 그 여성 문인은 상을 탈 때 후보에 오르지도 못한다. 신문사 문학 담당 기자들도 일부 가해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 문인이 이를 문제 제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 시인은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은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 잡지 등에서 편집위원으로 있는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다. 작품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고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고 ‘작품이 좋지 않아서 거절한 거예요’라고 말하면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괴물’은 ‘뉴스룸’ 방송 이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화제가 된바 있다. ‘뉴스룸’ 방송 이후엔 더욱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행태 고발이 잇따랐던 문학계에 ‘미투’(Me Too·성폭력 피해고발) 확산으로 최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