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GM, 일자리 30만개 볼모로 정부 수혈 요구

■한국GM 최대 4조 유증 추진

단기간 철수·3조 원금회수 어렵자 초강수

일자리 우선 文정부 아킬레스건 노린 듯



지난해부터 한국GM의 철수설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에서 철수하는 글로벌 GM의 공장 재편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GM 쉐보레의 유럽 철수와 내수판매 부진의 여파로 한국GM은 4년간 누적적자가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적자기업이지만 강성 노조 때문에 인당 인건비는 지난 2013년 7,300만원에서 지난해 8,700만원으로 20%가량 올랐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사실상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GM 본사는 한국GM과 관련해 이렇다 할 처리방향을 내놓지 않았다. 누가 나서 인수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국내 4개 공장에 연 90만대(부평 연 44만대, 군산 연 25만대, 창원 21만대) 생산력에 토지와 건물·기계 등의 가치만도 수조원에 부채가 2016년 기준 7조5,212억원, 강성노조까지 더해진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업체는 없었다.


이렇다 보니 GM 본사에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GM 경영상황으로는 지난해까지 빌려준 3조2,000억원의 원금은커녕 연 5%의 이자도 받기 힘들다. 한국GM은 수출 급감과 내수판매 부진으로 침몰하고 있는데 지금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워크아웃 절차 등에 돌입할 경우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GM 본사가 투입한 금액을 회수하지는 못하더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서는 신규 자금수혈이 절실하다. GM이 출자전환 방식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다.


GM 본사가 한국 정부에 제안한 명분은 명확하다. 제조업체인 자동차회사가 철수하면 순식간에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볼모로 삼았다.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한국GM 철수 시 직간접 고용인원을 포함해 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일자리 최우선주의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카드로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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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정부는 자금을 얼마나 넣어야 할까. 한국GM 지분 76.96%를 보유한 GM 본사가 3조2,000억원을 출자전환 방식으로 유상증자하면 전체 유상증자금액은 4조1,500억원에 달한다. 지분율대로 산은(17.02%)은 7,000억원 이상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산은 입장에서는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너무 많은 출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또 다른 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증자를 거부할 수도 있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는데 향후 GM이 입장을 바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우려도 있다. 산은이 보유 중이던 GM 철수에 대한 비토권은 이미 지난해 10월 소멸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앞서 GM이 철수했던 호주와 인도 등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GM은 철수작업을 벌이면서 각국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결국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 지원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했지만 자생력을 가지지 못한 채 고전할 경우 더 많은 혈세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GM 본사가 출자 전환하면 한국GM이 운영비 정도는 마련하고 자금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제조건으로 막대한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GM 본사가 한국GM에 부품 등 원재료 가격을 비싸게 떠넘기고 유럽 시장 철수로 경영을 어렵게 하는 상황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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