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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골든슬럼버’ 지질한 강동원이 설득력 있는 이유

‘골든슬럼버’는 세련된 연출 기교 속에서 클래식한 정취를 느끼게끔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작품.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원작 소설을 한국식 정서로 새롭게 녹여냈다.

택배기사로 일하며 모범시민 타이틀을 획득, 누구보다 근면 성실한 삶을 살던 건우(강동원)는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무열(윤계상)이 8년 만에 만나자며 접근하는 데 아무런 의심 없이 나선다. 하지만 이들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탄 차가 폭발하고, 무열은 이 모든 게 건우를 범인으로 몰기 위한 계획이었음을 고백하고 사라진다.

모범시민에서 범죄자로 전락,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건우는 무열이 남긴 명함 속 인물 민씨(김의성)와 학창 시절 친구 동규(김대명), 금철(김성균), 선영(한효주)의 도움을 받으며 난관을 헤쳐 나간다. 건우는 자신이 도망칠수록 거대 세력이 친구들의 숨통을 죄는 딜레마에 빠진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골든슬럼버’는 할리우드식 컬러의 도주극이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 한복판에서 폭발이 일어난 후 건우가 끊임없이 쫓기는 과정에서 카체이싱, 지하 배수로 추격 등의 도심액션이 화려하고 몰입도 높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미디어의 보도로 인해 건우가 ‘만들어진 용의자’로 내몰리는 데에 긴박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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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화려한 추격전을 보이다가도 주인공과 친구들의 대학생 시절을 회상하면서는 순수하고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전한다. 그 전환이 줄곧 이어지면서 영화의 메인 테마인 폴 매카트니의 ‘골든슬럼버’와 고(故)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 등 당대의 노래가 흘러나와 향수를 자극한다. 이전에 없던 복합적인 장르의 혼재가 신선하다. 이 영화만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주인공과 동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상황에 대한 공감이 버거울 수 있다.

‘골든슬럼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다. 그런데 이전에 보지 못한 ‘지질한’ 강동원이 등장해서일까. 그의 변신만으로도 뻔하지 않고 지루할 틈 없다. 택배기사로 분한 강동원이 잔뜩 찡그리고 어리숙하고 과할 정도로 세상에 때 묻지 않아 낯선데도 연기가 상당히 그럴싸하다. 후반부에는 1인 2역 연기로 매력을 확장시킨다.

강동원 다음으로 큰 인상을 심어준 배우는 김의성과 윤계상이다. 전직 비밀요원이자 건우의 조력자 민씨로 분한 김의성은 거친 카리스마와 특유의 ‘츤데레’ 인간미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윤계상은 건우 친구 무열 역으로 초반과 회상 신에만 특별출연함에도 순식간에 긴장감을 유발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컴퓨터 수리공 금철 역의 김성균은 빠듯한 현실과 우정 사이에서의 갈등을 진중하게 보여줬다. 이혼전문변호사 동규 역의 김대명은 적당한 속물근성을 가진 ‘현실친구’를 연기하며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로 웃음지분을 담당한다. 한효주는 교통정보 리포터 선영 역을 통해 친구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지키는 강단과 따스함을 보여준다.

‘골든슬럼버’의 주인공은 미련할 만치 착해빠졌다. 새삼스레 그런 인물과 친구들의 믿음을 통해 각박한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가치를 생각게 한다. 2월 14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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