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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예술단 공연]北 노래 '반갑습니다'로 시작... 남북 화합의 무대 만들다

'J에게' 등 南 가요도 열창

900여명 관객들 따라불러

공연장 밖선 보수단체 시위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릉=권욱기자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릉=권욱기자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익숙한 선율의 ‘반갑습니다’로 공연이 시작됐다. 분홍색 실크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보라색 깃의 짙은 분홍빛 턱시도를 입은 남성으로 구성된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이 악기를 연주했고 객석의 온기는 훈훈했다. 그러나 공연장 밖에서는 북한 예술단 공연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항의가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이 8일 오후8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마침내 막을 올렸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이들 예술단원이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리허설 장면은 물론 공연 곡명조차 비공개였다. 철저한 신비 전략이었다. ‘모란봉’ 등 일부 곡에 대한 남북 간 협의 지연으로 관객들은 프로그램조차 모른 채 입장했다. 정부 및 강원도와 강릉시 초청인사가 252석, 인터파크 티켓 응모로 추첨된 일반관객 560명 등 총 900여석이 가득 들어찼다. 관객들은 선착순으로 배정되는 객석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긴 대기줄을 이뤘다.


무대는 가로 14m, 세로 16m 규모로 기존 객석 70여석을 무대로 변형해 관객과의 거리는 3m 미만으로 가까웠다. 모란꽃 문양이 새겨진 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8명의 여가수들이 단숨에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 ‘흰 눈아 내려라’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 북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다섯 번째 곡으로 이선희의 ‘J에게’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호응은 더 커졌다. 왁스의 ‘여정’을 북한 가수 김옥주가 부른 데 이어 붉은색 톱과 검은 핫팬츠, 흰색 스니커즈 차림의 여성 5인조가 무대에 올랐다. 팔다리를 드러내 건강미를 강조한 이들은 응원가 느낌으로 율동을 곁들여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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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절정은 ‘아리랑’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백조의 호수’ ‘그대 나를 일으켜 세우네(You Raise Me Up)’ ‘빛나는 조국’까지 총 25곡의 서양 클래식 및 외국곡 메들리였다. 곡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북측 예술단과 남측 관객들이 강릉에서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요 메들리로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나훈아의 ‘이별’,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 등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따라 부를 정도로 공연에 몰입했다.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에 이어 국민곡 격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흐르자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배경 화면에 한반도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다시 만납시다’가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별도의 앙코르곡은 없었지만 공연이 끝나자 현 단장 등 북측 주요 인사들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추미애 등 국회의원들이 무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이어갔다. 드레스 차림의 공연단은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무대 아래로 허리를 깊이 숙여 악수를 청하는 관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는 등 친근감을 드러냈다.

140여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조직된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으로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합창단원과 가수·무용수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모란봉악단·청봉악단·조선국립교향악단·만수대예술단·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장을 찾은 황해도 사리원 태생의 실향민 이건삼(74)씨는 “여섯 살이던 1·4후퇴 때 기차 타고 내린 대전이 그대로 고향이 돼 지금껏 살고 있다”면서 “어릴 적 사상교육을 받지 않아 북한 노래는 잘 모르지만 죽기 전에 고향 사람들 보기가 어려우니 공연이라도 보고 싶어 인터넷 응모를 했다”고 말했다. 30년간 아리랑을 연구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자주 만나는 방법밖에 없는데 스포츠·문화·응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것은 좋은 기회”라며 “북한의 ‘음악정치’를 또 다른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하고 우리 것을 북한식으로 표현하는 데 기대를 표시하는 것이 문화 교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초청으로 공연을 관람한 소설가 이외수는 “그동안 북한 음악이 체제 선전용이라는 생각에 다소 못마땅했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아주 좋았다”면서 “북한 측이 우리와 분위기를 맞추려 노력한다는 의지가 읽혔다”고 말했다. /강릉=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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