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이 이뤄지면 학부모 2명 중 1명은 줄어든 교육비를 다시 사교육에 쓸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고소득층 가구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 국민 혈세가 고소득층 사교육비를 보전해주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학부모 대상 고교 무상교육 정책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1,510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86.6%(1,308명)가 ‘고교 무상교육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고교 무상교육에 찬성한 학부모에게 ‘기존 교육비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냐’고 묻자 응답자의 47.9%(627명)은 “자녀 교육비로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생활비(18.6%), 주거비(14.0%), 여가활동비(13.5%) 등이 순이었다. 사실상 학부모 2명 중 1명꼴로 줄어든 공교육비를 사교육비에 쓰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 같은 답변은 고소득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소득 100~199만원 가구는 ‘교육비로 사용’ 응답이 35.6%였지만 500만원 이상 가구는 50.3%에 달했다. 공교육비 지원이 저소득층 가구에게는 ‘생활비 지원’이 되는 반면 고소득층 가구에게는 ‘교육비 지원’ 효과를 낳는 셈이다.
설문 응답자들도 고교 무상교육 문제점으로 이를 지적했다. ‘무상교육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157명 중 49.9%는 반대 이유로 “꼭 필요한 학생들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라고 답했다. ‘국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응답도 41.2%로 높았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며 오는 2020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상교육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며 “공공재 성격이 있는 교육에 대해 ‘보편적 복지’를 추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고 본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이번 설문 결과에서 드러난 부작용 등을 개선하고 관계부처 최종 협의 등을 거쳐 연말께 ‘고교 무상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