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 주력산업의 현주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데 자금줄까지… '속타는 中企'

은행 만기연장 않고 대출금리 올려

정부 정책자금 공급도 턱없이 부족






경기도 파주시에서 우편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종국(가명) 대표는 지난 1월 말 공장 신축을 위해 보유하던 부지를 팔았다. 2년 전 대출 받은 운전자금의 만기가 도래하자 은행 측이 추가 연장을 거부하고 원금 10억원을 상환하라고 요구했기 때문. 지난 2년간 신제품 개발로 자금이 빠듯했던 이 대표는 은행 측에 부동산 담보를 추가로 설정하고 만기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기존 대출은 3% 이하의 낮은 금리였는데 대출 상환 후 은행 측에서 신규로 제시한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5%에 육박했다”면서 “은행들이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기존 대출은 연장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높은 신규 대출 금리를 내밀며 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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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국내 은행권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불안 등 제반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직전 3개월간 취급된 대출금리 평균치)는 전월 대비 0.7~0.15%포인트 상승했다. 안산에서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A사의 김형준(가명) 총무부장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 가운데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된 대출금리가 3~4% 수준인데, 보증서를 받지 못했거나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사정이 더 안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5%를 넘어선 만큼 7등급 이하 영세 기업의 경우 대출금리가 10%를 넘는 곳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정책자금 규모를 늘리고는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대출잔액은 15조원 수준으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625조원)의 42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급격한 환율 변동 역시 중소기업들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환율 폭등으로 문을 닫은 업체가 속출했던 경험 탓에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에서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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