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입학할 때 있었던 업소가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영업하고 있어요. 단속을 하긴 하는 건가요?”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윤모(44)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개학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도 학교 앞 사거리 유사성행위업소는 줄어들 기미가 없어서다.
실제로 이날 오후10시께 이문초 앞 신이문로는 ‘핑크’ ‘목마’ ‘장미’ 등의 간판을 단 업소가 영업하고 있었다. 밤10시부터 술을 팔고 공공연하게 유사성행위를 하는 이른바 ‘찻집’들이다. 지난해 5월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구청 등이 ‘불법 찻집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 학교 앞 업소는 여전히 10곳가량이 영업하고 있다.
이날 종암동 종암사거리 역시 오후11시 이후 찻집 5곳이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이들 가게는 종암경찰서와 월곡지구대 단속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5년째 종암사거리에서 M찻집을 운영 중인 업주 A씨는 “이문초나 미아초 앞 찻집들을 단속해도 이렇게 외진 곳은 단속하지 않는다”며 “이곳으로 가게를 옮긴 뒤 단 한 번도 단속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성북구 미아초 인근 찻집 27곳 가운데 10여곳도 정상 운영 중이다.
동대문구청은 지난해 3월 경찰서와 공조해 관내 학교 인근 찻집에 ‘단속 철퇴’를 내렸다. 54곳 가운데 30여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이들이 영업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건물주와 재계약을 못 하게 된 업주들은 단속을 피해 면목동이나 종암동 등 주변 동네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찻집을 ‘호프집’으로 바꾼 업주 B씨는 “집중단속 때문에 주변 찻집들이 중곡동이나 장위동처럼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곳으로 나갔다”고 귀띔했다. 동네 단위로만 단속을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간 ‘업무 떠넘기기’로 단속 틈새가 생기는 점도 문제다. 경찰청은 해마다 2월과 9월에 지자체·교육부 등과 공조해 전국의 학교 인근 유사성행위업소를 점검·단속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 앞 찻집만 829곳을 단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속기간이 끝나면 업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경찰은 자신들에게 철거권이 없다며 지자체에 사후관리를 맡기고 지자체는 자신들에게 사법권이 없다며 업소 순찰만 돌기 때문이다.
성북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사법권이 없는 공무원이 단속한다고 해봤자 순찰 정도에 그친다”며 “경찰이 동행하지 않다 보니 호객행위가 있는지 점검하는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업소를 단속했지만 실제 철거권이 없다 보니 각 지자체 재량에 따라 폐업이 늦어진다”며 “개학 시즌 정기 단속을 통해 점진적으로 줄여가겠다”고 말했다.
/신다은·심우일·손구민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