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기업에 기술탈취 입증책임…징벌적 손해배상 10배로 강화

[당정 中企기술탈취 근절대책 발표]

기업간 기술자료 요청 원칙적 금지

기술자료 비밀유지협약서 의무화

정상적 기업 활동 위축 우려도

1315A20 기술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뿌리 뽑기 위해 기업간 기술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기술탈취 소송에서 가해 혐의가 있는 대기업이 자사의 기술에 대해 피해 중소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입증하도록 관련 제도를 바꿀 방침이다. 앞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수 차례 제1호 정책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오전 당정 협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기업간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올 하반기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때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칙을 부과할 방침이다. 하도급 거래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기술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손질했다. 기술 요구서에 반환 및 폐기 일자를 명시해 기술 탈취를 막을 수 있는 이중 장치도 마련했다.

기술탈취 소송이 있을 때 입증 책임이 피해 중소기업에서 가해 혐의를 받는 대기업으로 바뀐 점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는 피해 기업에만 입증 책임이 있어서 소송 장기화, 비용 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정부는 가해 혐의 기업에 대해서도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기술탈취 관련 하도급법, 특허법 등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올리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액수를 크게 올렸다. 손해액 자체에 대한 산정 기준 미흡으로 현실적인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감안, 손해액 추정 규정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관련 법률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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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사건 관련 행정부처의 조사·수사 권한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와 특허청에 조사·시정권고 등 행정조치 권한을 보강하고, 현재 ‘상표권 침해’로 국한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를 ‘영업비밀 침해 및 디자인 도용’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기부·산업부·공정위·특허청·경찰청·대검찰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 또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신설, 가동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보관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기술임치제’도 활성화한다. 창업·벤처기업의 임치수수료를 신규 가입시는 연간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갱신시는 연간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이날 대책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기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대책을 환영한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가장 큰 애로였던 피해 사실 입증과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경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사와 수사권한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피해기업의 사후구제 가능성을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강화를 통해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경각심도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강도높은 기술탈취 대책을 의식한 대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과의 기술협력이나 납품계약 등을 하면서 자칫 기술탈취로 몰리지 않을까 대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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