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하락세에 놀란 투자자들이 빠르게 매도에 나서면서 한 주간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집계 이래 최대 규모인 329억9,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정은 과거와 달리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없는데다 이미 주가 조정도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매도에 나서지 않을 것을 권하고 있다.
12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7일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329억9,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주간 기준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지역별로는 북미에서의 자금 유출이 328억9,000만달러로 전체 선진국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유럽이 32억8,000만달러, 글로벌이 15억5,0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선진 아시아로는 47억3,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신흥국으로도 되레 23억6,0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처럼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의 자금 유출이 나타난 것은 최근 미국 증시의 급격한 증시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0년 이후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S&P500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적이 없다. 하지만 9일 기준 S&P500은 고점 대비 10.2%나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았다. 과거 2010년 이후 S&P500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국면은 총 네 번으로 당시에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중국 증시 급락 속 위안화 절하, 중국 부채 우려 확대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특히 2011년 8월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동시에 나타났을 때에는 S&P500은 고점 대비 16.77%의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펀더멘털에 의문을 가지며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빠르게 매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조정은 과거처럼 길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견고한 상황 속에서 현재 시장 조정은 8부 능선 이상 진행됐다고 판단된다”며 “과거 조정 국면에서 바닥을 확인하기까지 42~88일이 걸렸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제 여건과 기업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조정 기간은 과거보다 짧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고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는 주가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매도에 동참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