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공장 폐쇄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노력의 첫걸음입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군산이 첫걸음인 만큼 향후 부평·창원·보령 공장 역시 정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실제로 GM의 2인자 댄 아만 GM 사장은 군산 폐쇄 발표 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 노조와의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수주 내 부평·창원·보령 등 나머지 공장에 대해서도 (폐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내로 관련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군산 공장 폐쇄로 정부가 한국GM 지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과연 남은 공장은 정부 지원이 있다면 지속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4년간 3조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이 우선 한국GM을 짓누르고 있다. 그나마 부평과 창원은 군산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기는 하다. 부평은 연산 44만대 규모인데 가동률이 100%라고 한국GM이 밝힐 만큼 분위기가 좋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 중형 SUV ‘캡티바’ 등 그나마 팔리는 주력 차종들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랙스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25만 5,000여대였다. 국내 완성 차종 중 수출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여기에 부평공장은 전기차 구동 핵심부품인 회전자와 스테이터를 생산해 GM의 전기차 볼트를 만드는 미국 오리온 공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도 일부 갖고 있는 셈이다.
창원은 경차 스파크와 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생산하고 있다. 스파크는 국내 4만7,244대, 수출 9만3,662대로 10만대 이상이 팔린 인기 차종이다. 향후 저배기량 엔진인 CSS 프라임 엔진이 장착된 신차도 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GM이 정부에 지원을 해주면 부평은 친환경차, 창원은 소형차 기지로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출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GM 본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뒤흔들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건실했던 수출기지 군산공장 사례에서 봤듯 글로벌 시장 재편의 파도가 몰아치면 이를 막아줄 방파제가 없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 공장에 신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 GM은 부평에서 생산 중인 중형 SUV 캡티바는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3월께 ‘에퀴녹스’를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임팔라에 이어 볼트EV, 그리고 에퀴녹스까지 수입 판매 차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부평이든 창원이든 향후 생산 물량이 급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GM이 수익성을 내려면 차가 많이 팔려야 한다. 하지만 군산공장 폐쇄로 국내 소비자들은 한국GM의 차량 구입을 꺼릴 가능성이 커졌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에 향후 AS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한국GM은 이미 내수에서 철수설로 홍역을 앓으며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 판매는 30.3% 급감했다.
한국 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 저효율 노조가 버티고 있는 점도 문제다. GM의 2인자 댄 아만 GM 사장은 13일 군산 폐쇄 발표 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신규 물량 배정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비용 재구조화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군산 공장 폐쇄뿐 아니라 1인당 평균 8,700만원에 달하는 고연봉 구조를 깨야 한다. 하지만 노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히려 반복되는 임금협상으로 고비용 구조는 점점 심화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한국GM 생산직 임금은 15년 전 인수 시점과 비교해 2.5배나 올랐다. GM 본사는 고비용을 이유로 신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수출 시장도 닫아 버릴 수 있다. 한국GM이 먼저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과 본사의 물량 배정 등 투자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완전철수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GM이 정부와 산은의 도움을 받아 한국GM 정상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평공장의 트랙스 수출이 끝나는 2년여 뒤가 되면 군산 공장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추가 물량 배정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고비용 구조와 강성 노조 문화는 GM 본사가 한국 시장을 등 돌리게 했다”며 “한국 시장에 적극적 물량 배정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정부도 지원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강도원·김창영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