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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김민석, 올림픽 男 빙속 94년 역사 다시 쓰다

남자 1,500m 아시아 첫 메달

김민석이 13일 평창올림픽 빙속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시상대에 올라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강릉=권욱기자김민석이 13일 평창올림픽 빙속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시상대에 올라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강릉=권욱기자


‘스피드 코리아’에 이상화·이승훈만 있는 게 아니었다. 1999년생인 19세 김민석(성남시청)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빙속) 역사에 94년 만의 진기록을 아로새겼다.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빙속 남자 1,500m. 김민석은 1분44초93을 기록, 키얼트 나위스(1분44초01), 파트릭 루스트(1분44초86)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의 임효준에 이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메달이다. 1위와 불과 0.92초 차밖에 나지 않는 ‘깜짝’ 질주였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시작된 동계올림픽 사상 아시아 선수가 빙속 남자 1,500m 시상대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민석은 평창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한 명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빙속 남자 1,500m 메달리스트로 올림픽 역사에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됐다. 이 종목은 그동안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놀이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밀어붙여야 해 체격과 체력이 좋은 서양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으로 여겨졌다. 여자의 경우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하시모토 세이코의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다카기 미호의 은메달까지 일본만이 그나마 분전하고 있었다. 안방올림픽을 맞은 한국 빙속은 김민석의 눈부신 역주에 힘입어 1,500m 도전사에서 당당히 어깨를 펴게 됐다.


김민석은 언론과 팬들이 ‘빙속여제’ 이상화, ‘장거리 간판’ 이승훈만큼 주목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빙속 대표팀 내부에서는 ‘대형사고를 칠 수도 있는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괴물’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난해 삿포로 아시안게임 2관왕(1,500m·팀추월)과 같은 해 종목별 선수권 1,500m 5위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렸던 종목별 선수권에서 1분46초05를 찍었던 김민석은 같은 곳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당시의 개인 기록을 1.12초나 줄였다. 김민석은 또 이번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4년 15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힐 때 보였던 잠재력이 마침내 드러나고 있었다. 이번 시즌 랭킹으로 따지면 10위권. 그래서 더 부담감을 내려놓고 ‘인생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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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300m 구간에서는 23.94초의 중위권에 머물렀으나 갈수록 스퍼트를 올리더니 경기를 마친 30명 가운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은 선수는 6명. 이때까지도 메달 희망은 조심스러웠으나 쿤 페르베이(네덜란드), 조이 맨티아(미국) 등 강자들이 모두 김민석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면서 김민석의 동메달이 결정됐다. 김민석과 달리 후반 조에 뛴 강자들은 결승선이 다가올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조의 기록을 확인한 뒤 백철기 총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김민석은 넓은 경기장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해맑은 소년처럼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김윤만의 은메달로 시작한 한국 남자 빙속은 2010년 밴쿠버 대회의 이승훈·모태범에 이어 이번 대회 김민석까지 깜짝 스타를 심심찮게 배출하며 세계 빙속을 놀라게 하고 있다. 김민석은 오는 18일 이승훈·정재원과 팀을 이뤄 나가는 팀추월 예선에서 대회 2관왕 도전을 시작한다. 경기 후 김민석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괴물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결과를 낸 것 아니냐는 물음에 “오늘로 한 발짝 내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700m 구간을 지나면서는 정말 힘들었다. 홈 관중의 함성 소리밖에 안 들렸다.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한편 주형준은 1분46초65로 17위를 차지했고 ‘빙속왕국’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치러진 빙속 4개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독식하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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