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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라 장의 담백한 선율, 클래식 신성과 녹아들다

화려한 기교 대신 절제미 뽐내며

17명 후배 연주자와 하모니 이뤄

정반대의 비발디·피아졸라 '사계'

각각 다른 바이올린 활로 묘미 살려

앙코르곡 '해피버스 데이 투 유'로

예술의전당 30돌 축하…객석 웃음꽃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후배 연주자 17인과 함께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후배 연주자 17인과 함께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4년 만의 사라 장 내한 공연이 열린 지난 13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사라 장은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최대한 절제하는 모습이었다. 어린 나이에 바이올린 신동(神童) 소리를 들으며 화려하게 입문한 뒤 뉴욕필·베를린필·런던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잇따라 협연하며 늘 홀로 빛을 발했던 ‘젊은 거장’은 확연히 이전과 달라졌다.


이날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무대에 후배 연주자 17인과 함께 오른 사라 장은 애써 음표를 과장하지도, 무리하게 마디마디에 악센트를 주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스테이지 한복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와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박노을,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등 서른 살 안팎의 후배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며 듣기 좋은 화음 만들기에 주력했다.

이들이 빚어낸 겸손한 하모니 속에서 돋보인 것은 자잘한 기교나 테크닉이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연의 드라마였다. 먼저 음울한 단조가 낮게 깔리는 비탈리의 ‘샤콘느’로 몸을 푼 사라 장은 두 번째 곡으로 비발디의 ‘사계’(봄 1·2악장, 여름 3악장, 가을 1악장, 겨울 1·2·3악장 발췌 연주)를 선택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후배 연주자 17인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후배 연주자 17인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봄’ 1악장이 시작되자 3대의 바이올린이 마치 새들의 노래 소리를 표현하는 듯한 연주로 봄날의 상쾌함을 객석에 선물했다. 한가로운 전원 풍경처럼 편안한 ‘봄’ 2악장을 지나 ‘여름’ 3악장으로 넘어가자 객석의 열기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사라 장을 비롯한 연주자들은 이 대목에 이르러 싱그러운 봄바람을 날려버리는 여름의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선율을 들려줬다. ‘가을’을 맞아 다시 풍요로운 축제 분위기를 노래하는가 싶더니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자 얼음처럼 차갑고 냉혹한 계절의 느낌을 연상시키는 짧은 음표와 기묘한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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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장이 마지막으로 고른 곡 역시 비발디처럼 계절의 순환을 노래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탱고 풍의 이 곡은 비발디의 ‘사계’와 비교해 한층 신바람 나고 리드미컬했다. 섹시하고 우아한 관능미도 비발디의 곡에선 쉽게 느끼기 힘든 요소였다. 사라 장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사계’를 연주하기 위해 각각 다른 바이올린 활을 사용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1부 공연이 끝난 후 후배 연주자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1부 공연이 끝난 후 후배 연주자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이날 후배 연주자들은 원숙한 절제미를 뽐내며 아름다운 화음을 리드하는 사라 장에게 아낌 없이 예우를 다했다. 후배들은 사라 장이 독주를 펼칠 때에는 하나의 멜로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손 모은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연주가 끝나고 사라 장이 백스테이지로 퇴장한 뒤에도 후배들은 끝까지 무대에 남아 악기 도구로 소리를 내며 박수 치는 관객들과 함께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선배에게 찬사를 보냈다.

청중들의 끊이지 않는 환호 속에서 몇 차례 등·퇴장을 반복한 사라 장은 후배들과 함께 예술의전당의 30돌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모두가 아는 영어 동요인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를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다. 조용히 숨죽인 채 ‘어떤 곡을 앙코르로 선택하나’ 촉각을 곤두세우던 관객들은 노래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뒤늦게 웃음을 빵 터뜨리며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곡을 감상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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