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애인도 버스·기차 타고 고향가고 싶어요"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탑승 안돼

KTX 한편당 장애인 좌석 5개뿐

택시·버스 등 연계교통도 미흡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수많은 귀성객이 서울역을 찾은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KTX 승차장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은석기자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수많은 귀성객이 서울역을 찾은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KTX 승차장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은석기자






“장애인들도 고향 갈 권리를 보장해달라.”

설 연휴를 앞둔 14일 오후1시 서울역. 들뜬 얼굴의 귀성객들 사이로 50여명의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인 이들은 “장애인을 위한 교통편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치며 귀경하는 시민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현수 전장연 사무국장은 “10년째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 투쟁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장애인에게도 고향에 갈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탑승하기 힘든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고속·시외버스다. 실제 지난 13일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들이 진해버스터미널에서 동대구행 시외버스 티켓을 직접 사서 버스에 타려고 했지만 휠체어를 들어 올릴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 않아 탑승을 거부당했다. 휠체어 리프트는 설치비용이 한 대당 약 1억원에 달하는데다 법적으로 설치할 의무도 없다 보니 버스운송업자들 대부분이 설치를 꺼린다. 전장연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휠체어와 함께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귀성버스는 남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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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든 것은 기차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나 보조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KTX 일반실의 좌석 간격이 좁아 특실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KTX 한 편당 이용 가능한 장애인 좌석은 최대 5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KTX 배차 수가 적은 호남선과 경강선을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은 10여명이 좌석 5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나마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한 장애인은 좌석 간격이 비교적 넓은 새마을호를 선호하지만 새마을호는 최근 KTX 운행이 확대되며 배차 횟수가 크게 줄었다. 호남선 KTX를 예약하려다 실패했다는 진모(38)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가기 위해 아침9시부터 역에 직접 가서 기다렸는데 이미 줄 서 있는 장애인들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명절 때 고향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게 고향 인근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도착해도 시내버스 등 연계교통이 미흡해 또다시 장벽에 부딪힌다. 통상 장애인들은 KTX역에서 내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만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강원·충북·충남·전남·경북은 법정 보유대수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 도시에서 버스를 이용하기는 더욱 힘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바닥이 낮아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버스) 보급률은 전국 주요 도시 평균이 19%에 불과하다. 경기도·충청남도·전라남도·경상북도에 보급된 저상버스는 7~9%대에 그쳤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안전 기준에 맞는 장비를 개발해 오는 2020년부터 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다은·손구민기자 downy@sedaily.com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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