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기업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현존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100년을 넘은 장수기업이 9곳에 불과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행이 바뀌기도 하고 산업 자체에 큰 변화가 생겨 주력 제품이 달라지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팅크웨어는 내비게이션 브랜드 ‘아이나비’로 유명하지만 현재 매출 비중은 블랙박스 사업 70%를 웃돌며 내비게이션 사업을 압도한다. 팅크웨어는 과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자회사가 만든 네비게이션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업계 1위를 달리던 업체였다. 하지만 2000년대 말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차량 소유자들이 내비게이션 단말기 설치 대신 ‘T맵’, ‘김기사’ 등 스마트폰 용 내비게이션 어플을 사용하면서 시장을 빼앗겼다. 완성차 업계들도 자회사에서 조달한 내비게이션 제품을 내장형으로 끼워 팔기 시작하면서 팅크웨어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팅크웨어의 매출액은 2013년 1,774억원에서 2014년 1,594억원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1,512억원으로 하락했다.
팅크웨어는 이 때 블랙박스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선택하고 연구개발(R&D)에 집중투자했다. 기술의 발달과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로 내비게이션 사업만 계속 고집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한 것. 팅크웨어는 소비자들이 위급한 순간 운전자를 지켜줄 수단인 블랙박스를 선택할 때는 성능을 가격보다 우선할 것으로 보고 ‘프리미엄’ 제품 군을 적극 공략했다. 팅크웨어는 HD부터 QHD까지의 고화질 블랙박스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에서 보급형까지 관련 제품 라인 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2010년 2,004억 원을 벌며 회사 매출의 93.3%를 차지했던 네비게이션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누적 매출 214억원으로 14.4%까지 감소했다. 대신 같은 기간 블랙박스 매출 비중은 72.4%(1,077억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팅크웨어는 국내 블랙박스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빨리 읽고 대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팅크웨어는 블랙박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자 지난해 말 차량용 공기청정기 ‘블루벤트(Blue Vent)’를 출시하는 등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영창뮤직은 피아노 제조업체에서 문화콘텐츠 회사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영창뮤직은 1956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피아노 업체다. 대중들에겐 ‘맑고 고운 소리, 영창 피아노 영창~’ 이라는 TV CF 광고로
친숙한 영창뮤직(당시 영창악기)은 1980~1990년대 국내 피아노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승증장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피아노를 비롯한 전통 악기시장을 디저털 기기들이 잠식하면서 영창 뮤직도 매출 하락세를 겪기 시작했다.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후 영창뮤직은 디지털 피아노로 사업 중심을 바꿨다. 영창뮤직의 디지털 피아노 브랜드인 ‘커즈와일’은 세계 4대 디지털 피아노 브랜드로 꼽히며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 말 월 1만 대의 피아노를 생산했던 인천 가좌동 본사 공장은 지금은 월 300대 가량만 생산하고, 음원 소프트웨어(SW)와 디지털 피아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실로 성격이 변화한 상태다. 영창뮤직은 지난해 말 미국 피아노 교육 업체 베스틴과 손잡고 중국 피아노 교육 시장에 진출한 데이어 국내에서도 음악 교육용 전문 앱 개발 업체인 테일윈드와 함께 디지털 악기와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전통 피아노 악기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회사 체질을 개선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1위 종합 인테리어 회사인 한샘은 변신의 귀재다. 과거 ‘부엌’에서 ‘종합가구업체’로, 다시 ‘유통회사’에서 ‘토털 공간솔루션 회사’ 로 모습을 바꿔가며 국내 인테리어 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1970년 부엌가구 회사로 출발한 한샘은 1980년대 아파트가 늘어나고 난방방식이 바뀌면서 국내 부엌가구 환경이 바뀌자 ‘주거 인테리어 패키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단품 위주 판매에서 벗어나 부엌가구를 한데 묶어 팔기 시작한 것. 1997년 거실·침실 가구 등 종합가구 시장에 진출해 4년 만인 2001년 국내 1위 가구업체에 올랐고, 2008년부터는 ‘유통회사’를 표방하며 대형 플래그숍을 내기 시작했고 인테리어 사업 브랜드 ‘한샘IK’도 출시했다. 온라인 판매와 인테리어 사업 호조로 2013년 가구업계에서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한샘은 2015년부터 ‘토털 공간솔루션 회사’를 강조하며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파는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한샘은 인테리어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과감한 혁신과 집중투자로 시장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