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공기청정기 연간 판매량이 에어컨 판매량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공기청정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필수 가전인 에어컨보다 더 많이 팔리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2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건조기가 올 한 해 세탁기와 비슷하게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가전 지위가 크게 바뀌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20만대가량 판매된 에어컨을 바짝 추격하는 셈이다. 에어컨 판매량의 경우 지난 2016년 200만대, 2017년 220만대에 이어 올해 250만대로 전망되며 점진적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반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6년 100만대에서 지난해 140만대로 40% 증가했고 올해는 200만대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월 판매량 증가와 대형 유통망 수요 등을 종합한 추정치”라면서 “공기청정기 판매가 에어컨을 추월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각 가전의 역사를 고려할 때 놀라운 변화다. 에어컨의 경우 1980년대 벽걸이, 1990년대 스탠드, 2000년대 이후 투인원(2in1) 등으로 30년 이상 보급되며 필수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공기청정기 사용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역사가 훨씬 짧은데도 사용 필요성이 대등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제품 가격 역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의 비교가 불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공기청정기 가격도 수백만원선으로 뛰었다. LG전자(066570)가 2016년 79만~129만원대의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를 내놓으면서 외국 브랜드 위주였던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삼성전자(005930)도 최근 가격이 200만원에 달하는 업계 첫 분리형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2016년만 해도 10만대로 미미했던 건조기 판매 역시 올해 100만대 돌파가 유력시된다. 세탁기 판매량이 연간 140만~150만대임을 감안하면 세탁기 1.5대 당 건조기 1대가 팔리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건조기 대당 판매가격을 고려할 때 올해 건조기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조기의 경우 ‘심리적 거부감’이 가장 빠르게 사라진 가전으로 꼽힌다. ‘LG 스타일러’처럼 전에 없던 가전이 등장할 경우 몇 년간의 정체를 빚기도 하지만 건조기는 미세먼지 및 발코니 확장 등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사랑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빨래를 일일이 털고 널어 말리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환영받고 있다”면서 “1가구 1건조기 시대가 빠르게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건조기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과거 건조기 사용 시 옷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지만 업체들이 이를 해결했고 건조시간과 전기료 부담도 확 낮췄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전기료와 건조시간을 기존 제품보다 더 낮춘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겨울용 이불까지 한 번에 건조할 수 있는 14㎏ 대용량 건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